혈변은 일반적으로 흑색 변과 선홍색 변으로 나눌 수 있다. 이는 소화관 계통에서의 문제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흑색 변은 상부 소화관 출혈 가능성을, 선홍색 변은 대장 또는 항문 출혈 가능성을 시사한다. 혈변은 악성 종양이나 염증성 장질환의 초기 증상일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김동현 전남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를 통해 혈변에 대해 알아본다.

◇‘45세 이상서 혈변’ 대장암 등 의심

45세 이상의 연령, 대변의 굵기 변화, 대변에서 혈액이 나오거나 의도하지 않은 체중 감소, 가족력에 위장관 암이 있는 경우, 철결핍성 빈혈, 최근에 발생한 변비, 직장 출혈 등의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면 대장암 또는 기타 악성 종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사항들을 알람 신호로 생각하고, 대장내시경 등을 시행해 보면 좋겠다.

염증성 장질환은 대개 대장암보다 젊은 나이에서 발생한다. 혈변 및 무른변을 증상으로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궤양성 대장염에 의한 직장 침범의 경우 대변 후 시원하지 않은 느낌이나 화장실을 급하게 가야 하는 급박변과 같은 다양한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혈변이 발생하면 어지러움증 등의 증상으로 응급실을 방문하게 되는데, 이때 OAKLAND 점수를 사용해 8점 이상인 경우 입원하고 정밀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8점 미만일 시 외래 추적 관찰과 추가 검사를 수행하게 된다. 이때 헤모글로빈 수치를 확인해 7㎎/dL 미만이 나오거나, 심폐 기능이 좋지 않은 경우 9㎎/dL 이상으로 헤모글로빈 수치를 유지시켜 주기 위해 수혈이 필요할 수 있다.

또한 혈변이 나타날 시 철결핍성 빈혈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경구제재 또는 정맥주사를 통한 철분제재의 보충이 필요하다.

◇위장관 출혈 자발적 멈춤…재발 여부 체크

대장내시경은 혈변의 원인을 평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검사로, 대장암 및 염증성 장질환 진단에 유용하다. 그 외에도 대장 게실에 의한 출혈 및 대장 혈관 기형에 의한 출혈을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되며, 진단과 동시에 내시경용 클립이나 에피네프린 주사 등을 이용해 치료를 수행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이다.

혈변이 대량으로 발생하면 상부 소화관 출혈의 가능성이 있다. 이때 중요한 검사 중 하나는 상부위장관 내시경으로 식도, 위, 십이지장을 관찰하는 기본 검사이며, 위궤양, 조기 위암, 십이지장 궤양 등 상부위장관 출혈에 의한 혈변을 감별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혈역학적 징후가 안정되지 않는 대량의 출혈을 동반한 경우에는 혈관 조영술을 통한 출혈병소의 확인과 치료를 수행해야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드물게 소장에서도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예전에는 소장의 병소가 진단과 치료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기술의 발전과 함께 다양한 진단 및 치료 방법이 개발됐다. 소장의 경우 소장 캡슐내시경, 소장내시경, 소장 CT, 소장 MRI 등 새로운 기술이 개발돼 소장 출혈 병소의 진단과 치료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위장관 출혈이 발생한 경우 급성 출혈 소견을 보이다가도 약 70-80%에서 자발적으로 출혈이 멎기도 한다. 이때 정밀 검사를 통해 출혈이 재발할 만한 병소가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정리=기수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