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대한민국 문학사를 새로 쓴 한강 작가의 고향 광주와 아버지 한승원 작가의 고향 전남(장흥)에서 역사적 위업을 기리는 기념 사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매년 ‘전남도 문학박람회’ 개최 방침을 밝혔고, 김성 장흥군수는 ‘한승원·한강 기념관’ 건립 의지를 분명히 했다. 광주시도 광주문학관을 활용한 노벨상 수상 기념 방안 등 다양한 행사를 검토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김영록 지사는 지난 11일 축하 성명을 통해 “전남은 조선시대 윤선도·정철·김인후 선생부터 김남주·조정래·이청준·김영랑·박화성·한승원·한강 작가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의 정신적 토양이 된 문학의 고장으로 유서 깊은 역사와 전통 속에 찬란한 문화·예술을 꽃피웠다”며 “면면히 이어진 문학 정신의 지평을 더욱 넓히고 깊이를 더하도록,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기념해 매년 ‘전남도 문학박람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전남 출신의 세계적 지도자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노벨 평화상 수상에 이은 두 번째 노벨상 수상이자, 노벨문학상으로는 대한민국 최초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고 강조했다.

김성 장흥군수도 이날 “한승원·한강 부녀 작가 기념관을 건립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김 군수는 한승원 작가의 집필실인 장흥군 안양면 ‘해산토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동석해 “세계에서, 대한민국에서 하나밖에 없는 부녀 작가의 기념관, 한승원과 한강 작가의 기념관을 건립해 문림 의향의 고장인 장흥을 더 드높이고 싶다”고 설명했다.

장흥은 기봉 백광홍·존재 위백규 선생 등 조선시대 문인부터 이청준·한승원·송기숙 등 현대 문학의 깊이를 더한 문장가와 작가를 배출한 지역이다.

장흥은 한강 작가가 태어난 곳은 아니다. 하지만 방학 등 기회가 되면 내려와 농사일도 거들고 시골 정서를 체험하며 감수성을 쌓아 한강 작가의 문학적 모태가 됐다는 게 김 군수의 생각이다.

한승원 작가는 “노벨평화상을 받은 김대중 대통령 기념관을 목포에 짓고 광주에는 김대중컨벤션센터가 있듯 (한강 작가의 고향인) 광주에서 욕심을 내지 않을까 싶다”며 “군수님도 욕심이 대단하다. 그 아이의 흔적을 여기(장흥)에 남기고 싶어 하는 것을 저로서는 뭐라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광주시도 축하 행사를 구상하고 있다. 광주시는 시립도서관 등에서 ‘시민과 함께 한강 읽기’를 추진, 그의 작품 세계를 공유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해 개관한 ‘광주문학관’을 활용해 노벨상 수상을 기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광주에서 태어난 한강 작가는 효동초등학교를 다니다 서울로 전학 갔다. 무엇보다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를 2014년 출간해 광주의 아픔을 알리기도 했다.

강기정 광주시장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단하다. 가슴이 뜨겁다”며 “문학계의 노벨상이라 일컫는 맨부커상을 받았을 때도 감동이었는데, 이번 수상은 더더욱 의미가 깊다”고 축하했다.

강 시장은 “광주로서는 ‘소년이 온다’로 5월 정신을 세계로 알리는데 큰 힘을 얻은 바 있다”며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에 이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서 광주의 힘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박선강·양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