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외면받던 유기농 농업이 이제는 백년을 향해 달려갈 힘이 생겨 감개무량합니다.”

보성군 벌교읍에서 우리원 농장을 운영하는 전양순(65·여) 명인.

전 명인은 전북 임실이 고향으로 유년 시절 스승의 영향을 받아 일찍이 유기농 농업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던 중 전남 유기농 농업 1세대인 남편 고(故) 강대인 회장과 지난 1984년 결혼해 본격적인 유기농 농사에 뛰어들었다.

우리원 농장의 이름은 두 부부가 이웃과 함께 건강한 먹거리를 사람 뿐만 아니라 자연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농업을 실천하겠다는 철학과 이념이 담긴 의미로 지었다.

현재는 약 11만2천396.694㎡(3만4천평) 부지에 벼와 매실 등 작물을 유기농으로 키워 발효액과 쌀을 판매하고 있으며 이중 주력 상품은 단연 5색쌀(흑향미, 녹미, 적미, 현미, 찹쌀)이다.

쌀에는 단백질과 무기질이 함유돼 있어 영양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며 특히 비타민B, 엽산이 풍부해 뇌 건강과 혈액 생성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전 명인의 으뜸 쌀을 생산하는 유기농 농법의 비결은 생볏짚으로부터 비롯됐다.

가을에 수확할 때 볏짚을 말리지 않고 바로 파쇄해 논에다 환원해 주는 방식으로 이와 함께 쌀겨, 발효 효소액도 함께 작물에 살포해 땅에 영양분을 왕성하게 만들어 건강한 토양을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농법을 지속 이어오고 있는 우리원은 지난 1995년 국내 최초로 벼 부문 유기재배 품질인증을 획득했다.

이후에도 바른 먹거리와 유기농 농법을 알리고 실천한 공을 인정받아 2005년 제1회 친환경농업대상 최우수상, 2009년 대통령산업포장, 2010년 제1회 농촌여성 대상을 수상했다.

또 유기재배에 이바지한 공로로 지난 2011년에는 수도작 부분 ‘전남도 유기농 명인’ 제3호로 지정됐으며 2016년부터는 WPL(Work Place Learnig) 현장실습교육농장으로 사업지정을 받았다.

이외에도 토종 벼 종자 살리기, 지역에 맞는 품종을 개발하기 위한 육종 등 현재에도 유기농 전파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많은 성과를 이룬 명인이지만 그에게도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처음 유기농을 시작할 당시는 판매할 방법이 적었고 상품이 되는 작물 또한 많이 없어서 버리기 일쑤였다.

고민을 반복한 명인은 일찍부터 가공식품을 만들었고 현재는 농장 내 쌀 도정공장, 발효액 제조공장 등에서 나온 상품을 자체 브랜드 쇼핑몰과 스마트스토어, 남도장터 등 다양한 판로를 확보, 판매해 숱한 위기를 극복했다.

이렇듯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유기농을 이어온 전 명인의 미래 계획은 유기농 농업 백년의 역사를 이어가는 것이다.

전양순 명인은 “처음 남편과 유기농을 시작한 이유는 하늘과 땅,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연과 안전한 먹거리를 지킨다는 철학이 맞아 시작할 수 있었다”며 “지금은 그 뜻을 이어 받은 자녀들이 우리원을 경영하고 저는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친환경 농업은 후계 양성이 가장 중요한데 아들, 딸이 선뜻 함께해 줬다. ‘우리원 농장의 슬로건인 유기농 백년의 역사를 쓰다’를 실제 자식들이 이뤄낼 수 있을 거 같아 너무 뿌듯하다”며 “평소 잘하는 말은 아니지만 이 기회를 빌려 사랑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고 앞으로도 자녀들과 함께 유기농 농부의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겠다”고 인자한 웃음을 지었다.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