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친환경농산물 인증면적의 52%를 차지하고 있는 전남도가 지난 2011년부터 유기농 식품 생산기반을 갖추기 위해 전국 최초로 ‘유기농 명인 지정’제도를 시행해 오고 있다. 유기농법은 토양오염과 지하수 오염을 줄여 환경 보전에 도움을 준다. 광주매일신문은 환경과 미래 안전 먹거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농업인들을 재조명하고 이들의 비법과 기술을 소개해 새로운 소득창출에 기회를 제공하는 기획시리즈를 게재한다.<편집자주>

“자연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마음으로 건강한 식재료를 가족에게 준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이렇게 많은 시간이 지났네요. 앞으로는 후배 유기농 농가들과 함께 성장·발전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화순군 능주면 백암리에 위치한 풀잎농원 노상현(64) 명인의 각오다.

노 명인은 이곳에서 지난 2001년부터 지금까지 2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농약과 화학비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직접 천연 농자재를 만들어 재배를 이어오고 있다.

자리공과 백두옹, 은행 등 추출액을 황토 유황과 혼합해 만든 천연 농약을 이용해 복숭아(황도·백도·천도)를 생산한다.

이 같은 친환경 농법을 지속 유지해 온 결과 지난 2020년에는 유기농 복숭아 재배기술의 독창성을 인정받아 ‘전남도 유기농 명인’ 제24호로 지정됐다.

복숭아는 미네랄, 항산화제가 풍부해 소화가 잘되고 면역력을 높이며 폴리페놀, 베타카로틴 비타민 함량이 높아 노화를 방지하는 등 피부 미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 명인은 올해 첫 복숭아를 지난 6월11일부터 수확하기 시작해 오전에는 그날 생산되는 양을 따야하고 오후에는 포장·판매해야 해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다.

또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업마이스터로도 지정돼 친환경 과수 분야에 대한 전문 기술과 지식을 틈틈이 후배 농업인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도 노 명인의 가장 큰 고민은 복숭아 판로 확보다.

사과나 배는 저장성이 좋지만, 복숭아는 오랫동안 냉장 보관이 불가능해 그날 주문 들어온 양을 바로 판매해야 한다.

누구나 안심하고 껍질째 먹을 수 있는 유기농 복숭아는 한 나무당 수확량이 절반 정도로 일반 복숭아보다 2-3배 높은 가격이 형성돼 팔아야 하지만 공판장에 들어갈 수 없어 일일이 농가 개인이 판매해야 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노 명인의 앞으로의 계획은 친환경 농가의 판로 확보를 통해 모두 함께 상생하는 것이다.

노상현 명인은 “처음 유기농을 시작했던 이유는 나와 가족,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며 “그때는 어떻게 하면 유기농 농사를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요즘은 어떻게 판매해야 소비자 식탁에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판촉에 대한 고민은 유기농 농사를 짓는 모든 사람의 공통 걱정거리일 것”이라며 “판매와 더불어 이상기후, 탄저병 등 유기농 농사를 짓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친환경농법을 실천·전파하고 후배 유기농 농업인들과도 같이 고민해 유기농 농가도 시장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