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성 레피소드㈜ 대표

“빠른 전환, 강한 실행력으로 100년 후에도 존재하는 IT기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제조업, 서비스업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이어 일상에 스며든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 할 것이라는 위기설과 AI로 인한 혁신적인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인공지능 사원 개발을 꿈꾸는 청년창업가가 있어 눈길을 끈다.

유리문을 열고 사무실로 들어서면 어두운 조명 아래 개발에 몰두 중인 개발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집중이 잘돼 업무 효율이 높아진다는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간접등만을 켜둔 이곳은 양주성 대표(36)가 이끄는 ‘레피소드㈜’다.

레피소드㈜는 IT 서비스 개발이 필요한 기업에 기획부터 UX(User Experience)·UI(User Interface) 디자인, 프로그래밍까지 원스톱으로 대행해주는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으로 지난해 기준 약 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광주에서 나고 자란 양주성 대표는 꿈을 잃지 않고 간직하다가 마침내 이루게 됐다. 어렸을 때부터 홈페이지나 간단한 게임을 만드는 등 프로그래밍에 관심과 재능이 있었지만 20대 중반, 적성과는 상관없이 의약품 회사에 취직했다.

이대로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아쉬웠던 그는 30살 회사를 그만두고 방송통신대학교와 프로그래밍 학원에 다니면서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로 이직했다. 하지만 매일 이어지는 야근과 강한 업무 강도에 회의감을 느꼈고 결국 2021년도에 자신만의 회사를 차리게 됐다.

현재는 지자체, 공공기관, 사기업 등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주 업무지만 양 대표는 ‘스스로 일하는 AI 사원 개발’이라는 최종 목표를 갖고 있다. AI가 특정 프로그램 언어를 사용해 컴퓨터를 제어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면, 인공지능에게 프로그래밍을 비롯한 다양한 업무를 맡기고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다.

현재 IT기업 관련 인프라와 인재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상황이지만 양 대표는 광주에서 창업한 것이 기업의 성장을 막는 요인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그는 “IT 분야는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 직군이기 때문에 지방에서 근무하는 것이 치명적인 약점은 아니다”며 “현재 70% 이상의 고객이 수도권에 있고 최신 기술은 빠르게 받아들여 사용하기 때문에 전국과 글로벌을 고객으로 보고 회사를 운영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현재까지 이룬 최고의 성취로 인재 육성을 꼽았다. 채용 시 가장 눈여겨보는 것은 전문성이 아닌 ‘열정’이다. 잘 아는 것보다는 재미를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 13명의 직원 대부분이 피아노, 전기공학 등 업무와 무관한 전공을 갖고 있다.

양 대표가 그리는 레피소드(주)의 청사진은 창업 100년 후인 2121년도에 업계 대표회사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AI 사원 등 생산성을 고도화 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계속해서 진보된 프로세스를 만들 계획으로, 앞으로의 규모 확장에 따른 운영시스템과 사내 툴, 규칙을 만드는 일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

그는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르고 강한 실행력이라며 예상을 빗나가는 일이 생겼을 때 계획을 맞춰 가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속도감 있게 해결하는 과정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전했다.

창업을 시작하려는 청년들을 위한 조언에서 “창업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하는 것이 오히려 성공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며 “취업만 하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창업 자체에 목적을 두고 지원 사업이나 예비 창업 단계를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시작해보자는 마음으로 1인 법인과 100만원의 예산으로 지금의 결과물을 만들었다”며 “창업을 위한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아도 사업을 운영하면서 배울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과감하게 창업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정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