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교육청이 주최하고 광주매일신문·광주시동부교육지원청이 공동 주관한 ‘학교폭력 제로! 행복한 학교로!’ 2024 광주교육 토론회가 지난달 31일 광주시창의융합교육원 대강당에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학교폭력 제로화를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민·관·학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지혜와 대안이 제안됐으며, 다양한 학폭 사례 등이 공유돼 교육가족들의 관심을 끌었다. 토론회에서 제안된 내용은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교육·선도와 피해학생의 보호 및 안전한 일상생활 지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제발표=▲정병곤 남부대학교 교수
◇좌장=▲정영일 광주NGO시민재단 이사장
◇토론=▲정영일 광주NGO시민재단 이사장 ▲이귀순 광주시의회 부의장 ▲이건근 조선대학교 교수 ▲김수곤 광주경찰청 여성청소년과 청소년보호팀장 ▲구희남 광주시교육청 장학사 ▲임정임 목련초등학교 교사 ▲한영관 광주제일고등학교 학부모


“조사관 제도 개선 등 관계 회복·화해에 중점 둬야”
●주제발표=정병곤 남부대 교수

학교폭력(이하 학폭)은 우리 사회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다. 정부는 학폭 해결을 위해 2012년 학폭 근절 종합대책을 최초로 수립했고, 이후 10년이 지나 2023년 4월12일 종합대책을 또 발표했다.

정부의 학폭 종합대책에는 ▲무관용 원칙 ▲피해학생 중심의 보호조치 강화 ▲학폭 대응력 제고 및 인성교육 강화 등 3가지의 추진 방향이 담겼다. 하지만 지난해 학폭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 학폭 피해 응답률은 1.9%로 전년 대비 0.2%p 늘어났다.

여기에다 올해 교육부가 도입한 ‘학폭전담조사관’ 제도가 시행된지 2개월이 지났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교사의 학폭 관련 업무량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학폭전담조사관이 학폭 조사를 담당하면서 해당 사건이 발생한 경우, 학부모들이 전문 변호사를 찾는 수요도 늘고 있다. 아울러 학폭전담조사관 제도의 도입으로 교정의 법정화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또한 학폭이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되면서 학폭은 더 이상 학교 내 자치 문제가 아닌 학교 밖 행정처리 사안이 됐다. 게다가 학폭 심의위원회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사안의 구체적 해결에 애쓰기보다는 결론의 공정성과 형평성에 중점을 두고 심의하고 있다.

형평성에 얽매여 가해 및 피해 학생에 알맞은 해결책 제시가 어려운 경우에는 화해의 장을 마련하는데도 쉽지 않은 만큼, 학폭 예방을 위해서는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함께 도모하지 않으면 문제해결이 되지 않는다.

학폭전담조사관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학폭의 숨은 갈등관계는 놓치고 겉으로 드러난 사실관계 파악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완책이 필요하다. 이같은 대안으로 전직 교원 위주로 조사관을 위촉해 학폭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폭 심의위원회제도는 교육적 회복에 중점을 둬야 한다. 학폭 처리절차와 관련해 학교 내 학폭 분쟁조정위원회를 제안한다. 학교 내에서 먼저 분쟁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안에 따라 관계회복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학교와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관계회복에 나서야 한다. 분쟁조정위원회는 관계회복과 화해에 중점을 두고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신뢰와 존중의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학폭 발생시 처벌보다는 교육적 해결을 목표로 국가, 관련 부처, 학교, 지역사회, 가정의 네트워크 속에서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요구된다.

학교 내 사안을 학교에서 처리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 인식과 학부모의 지원이 학폭을 교육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하는 지원군이 되고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광주교육 정책’을 온전히 실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교육적 해결 중심…법·제도 개선 주력”
●이귀순 광주시의회 부의장=학폭 관련 법과 제도는 사회적 논란이 있을 때마다 수차례 개정이 됐다. 단순히 무관용 원칙으로 적용하며 엄격한 조치를 취하는 방향보단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관계 회복에 중점을 둬야 한다. 엄격한 절차와 처벌 중심 대책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회복적 정의관점에서 회복을 우선으로 하는 교육적 해결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 교사, 학부모, 학생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교육적 해결 관점에서 학폭을 예방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정책적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



“민주시민교육 방법론 개선 적용을”
●이건근 조선대 교수=학내 분쟁조정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해 기초자치단체 내 학교자치분권적인 계도를 이상적으로 받아들이고, 교사와 학부모 등 사회구성원의 총체적인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어린 학생들을 어른처럼 생각해서는 안된다. 학폭현상은 단순히 개인들의 문제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무능력을 지적한다. 학교와 사회가 학생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해 학생들 스스로 폭력문제 예방과 자정에 대해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강력한 학생자치를 실행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관찰하고 지도해야 한다.



“안전한 학교 만들기 적극 동참”
●김수곤 광주경찰청 청소년보호팀장=학폭 관련 송치 건수가 코로나19에는 줄었다가 이후에는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상회하고 있다. 특히 사이버폭력의 경우, 물리적 괴롭힘 및 폭력보다 그 익명성 음성화 정도가 심해 피해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학폭의 저연령화는 학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저연령화의 원인이 무엇인지 학폭이 증가하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심층적인 접근과 근복적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학폭은 단순히 처벌 위주에서 피해자 보호 및 관계 회복을 중심으로 정책들이 전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광주경찰청에서는 지역사회와 함께 학폭 예방과 사안 발생 시 적극적인 대처로 안전한 학교 만들기에 적극 동참할 것을 다짐한다.



“학폭 제로화 위한 광주교육 GPS”
●구희남 광주시교육청 장학사=올해 광주시교육청의 학교폭력 대책 예방과 관련한 내용은 GPS다. G는 학생의 성장을 지원하는 Growth, P는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신뢰성 있는 사안처리 Process, S는 피·가해학생의 온전한 회복을 지원하는 Support를 의미한다.

교육감의 공약사업인 학폭 예방 3단계 ‘위드프렌즈’ 프로그램을 집중 운영하고 있다. 1단계 어울림 프로그램, 2단계는 또래상담 활성화, 3단계는 피·가해학생의 회복 지원이다. 학폭은 성인이 너무 많이 개입하면 해소되기 어렵다. 또래상담 동아리 운영을 통해 아이들의 눈과 마음으로 친구의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아이들이 정서적 지지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장 즉각 투입 행동중재 전문가 필요”
●임정임 목련초 교사=가정의 경제적 상황과 보호자의 양육방법에 따라 아이들은 천차만별이고 각자의 기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기질이 학폭으로 구현되는 것 같다.

학폭전담조사관 제도로 교사의 업무가 대폭 감소한 것으로 이해하지만, 실제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업무경감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교실에 정서행동 위기 학생 중 외현화 행동으로 언제든 우발적 학폭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라면 이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 방안 및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처럼 현장지원 행동중재 전문가를 즉각 투입한다거나, 경남도교육청이 수업방해행동 학생지원 인력을 현장에 즉각 투입하는 등의 제도가 지역사회와 연계해 수립돼야 한다.



“학폭 예방 ‘보호자교육’ 강화해야”
●한영관 광주제일고 학부모=학폭은 학교나 교육당국의 문제가 아니라 가정과 사회 전반에 얽혀 있다. 평소 부모의 말과 행동은 청소년에게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올해 학폭전담조사관 제도가 시행됐고, 현행법과 제도상의 학폭 처리 절차에 대한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학폭 예방을 위해서는 인식의 변화가 중요하다. 성향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한 인성교육, 인식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가해학생 특별교육 강화, 보호자교육을 하는 우수한 강사의 확보 및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

‘한 아이를 바르게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학폭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 민·관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학폭,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정영일 광주NGO시민재단 이사장=학폭전담조사관 제도가 생기면서 변호사들의 일이 많아졌다고 한다. 조사관이라면 응분의 조치나 반드시 처벌을 해야한다는 의미가 담겨있어 명칭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전담조사관 제도는 학생을 조사해서 처벌해야한다는 인식이 강해 명칭을 바꿔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청소년의 입장에서 학폭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정책을 마련하면 좋겠다.

교육현장에서 일상적으로 행해왔던 가해자에 대한 학폭대책심의위원회부터 사법처리까지 다양한 처벌과 피해자와 격리하기 위해 강제전학이나 퇴학 등 조치가 매뉴얼로 행해지지만 이에 대한 결과와 피드백이 무엇인지 철저한 분석과 성찰이 요구된다.

/정리=김다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