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보다 가치를 지키며 사업을 이어가는 많은 청년들이 더 잘되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2월 광주 동구에 문을 연 ‘뭉몽만남’은 두 명의 20대 청년이 운영하는 광주에서 유일한 ‘제로웨이스트샵 카페’로 한옥을 개조한 내부가 자연스러운 멋을 더한다.

제로웨이스트 샵이란 일회용품 대신 쓰레기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 제품들을 홍보·판매하는 매장으로 최근 환경보호에 동참하는 일반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샵을 담당하는 김민서(27·여) 대표는 대학 졸업 후 환경교육사 자격을 취득해 어렸을 때부터 관심을 둔 기후 위기 관련 분야로 취업했다. 그러다 제로웨이스트 운동을 알게 됐고 창업을 통해 적극적으로 환경보호를 실천하고 싶은 열망이 생겼다.

카페를 담당하는 이기명(27) 대표는 부모님의 농장에서 못생겼다는 이유로 상품화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딸기를 보고 이것을 활용해 친환경 카페를 운영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김 대표와 동업하게 됐다.

처음에는 제로웨이스트 제품 보다 딸기와 고구마 음료를 맛있고 건강하게 만드는 것으로 주민들 사이에 소문이 났다. 집객효과를 톡톡히 해낸 카페 덕에 환경보호와 상관 없이 차를 마시러 방문한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친환경 제품들을 구경했고 대부분 구매로 이어졌다.

김 대표는 친환경은 물론 손님들에게 ‘의미 있는 소비’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방안을 택했다.

사회적 기업의 원두로 커피를 내리고 자활센터 발달 장애인들이 만든 친환경 비누를 판매하는가 하면 지역 청년창업가들이 원데이클래스 등을 운영 할 수 있는 공간을 무료로 제공한다.

가게 한편에 마련된 ‘지구자원 구출센터’에 손님이나 주민들이 가져온 단추, 신발 끈, 플라스틱 빨대 등 분리 배출이 어려운 자원들을 모아 재활용이 가능한 곳으로 보내고, 오래도록 입지 않는 옷을 가져오면 교환권을 배부 해 서로 마음에 드는 옷을 나누는 ‘교환 파티’도 열어 인기를 끌었다.

사진 위로부터 카페음료 테이크아웃 시 제공되는 다회용 텀블러, 분리배출이 어려운 자원들을 수거하는 ‘지구자원 구출센터’, 천연수세미·목재 컵·코끼리 똥 수첩 등 다양한 친환경 제품이 전시된 매장 내부.

매년 식목일에는 카페 손님이 쓰던 화분을 가져오면 모종 교환권을 증정해 나만의 화분을 만드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두 대표는 사업을 지속하는데 가장 어려운 점으로 ‘환경 보호는 불편함을 준다’는 인식을 바꾸는 것을 꼽았다. 일회용 컵이 아닌 텀블러에 커피를 제공하다 보니 반납이 불편해 돌아간 손님들도 많았고 다회용 휴지 등 친환경 제품은 세탁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데 굳이 왜 써야 하냐고 묻기도 했다.

친환경 제품도 편리하다는 인식을 주고 싶었던 김 대표는 고민 끝에 제로웨이스트샵을 처음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생활 속에 ‘스며드는’ 제품들을 추천했다. 적은 세제로도 잘 닦이는 천연수세미, 일회용품을 대신하는 접이식 용기, 튼튼하고 가벼운 목재 컵 등을 구매한 손님들은 친환경 제품 덕분에 삶이 편해지는 것을 경험했고 다른 제품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가게를 방문한 손님들의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환경보호에 동참해 갈 때 창업한 자부심을 느낀다”며 “친환경, 유기농 등 사회적 가치를 지키는 창업가들이 수익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가치가 곧 수익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지원사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자주 사용하는 생활용품만 친환경으로 바꿔도 누구나 환경운동가가 될 수 있다”며 “환경보호에 관심이 없거나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도 언제든 편하게 쉬었다 가는 문턱이 낮은 공간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