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정읍 내장사 단풍길
만산홍엽(滿山紅葉), 아름다운 가을꽃으로 피다
2023. 11. 22(수) 19:33 가+가-

길은 물길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고, 계곡물도 단풍으로 물들었다. 계곡물은 숨죽여 흘러가고, 물위에는 단풍잎이 떨어져 또 하나의 단풍천국을 이뤘다.

단풍의 고장답게 내장사로 통하는 도로에서부터 단풍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다. 내장사입구 상가에는 많은 식당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고, 내장사로 향하는 사람들의 행렬은 줄을 잇는다. 중국 단체관광객도 자주 눈에 띈다. 내장사 단풍의 유명세가 중국까지 알려진 모양이다.

식당가를 벗어나자 내장사단풍터널이 시작된다. 내장사로 통하는 도로는 단풍철을 맞아 일반차량의 출입을 통제해 도로를 뒤덮은 오색단풍길을 자유롭게 걸을 수 있도록 했다. 오색으로 채색된 단풍이 사람들을 단풍의 세계로 인도한다.

옛 매표소였던 탐방지원센터를 지나고 금선교를 건너 하천가 내장산자연관찰로로 접어든다. 금선교에서 내장산탐방안내소까지 2.5㎞ 구간은 도로를 따라 셔틀버스가 다니고 있지만 우리는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가기로 했다. 내장사로 통하는 도로와 하천가 자연관찰로를 장식하고 있는 단풍터널을 따라 걸어야 내장사 단풍의 진수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장산자연관찰로를 따라 걷다가 도로 갓길을 걷기도 한다. 터널을 이룬 단풍길은 하늘을 가리고, 사람들은 단풍터널로 빨려 들어간다.

붉게 물든 단풍은 화려하면서도 쓸쓸하다. 봄에 새싹을 틔운 여린 잎이 쉬지 않고 생명활동을 한 결과 아름다운 단풍잎이 됐다. 단풍잎에는 한 생명의 희로애락이 농축돼있다. 가을단풍에서 온갖 풍파를 겪으며 아름다운 인격체로 거듭난 성숙한 장년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월령봉 자락에 솟아있는 송이바위에도 단풍이 물들었다. 길은 물길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고, 계곡물도 단풍으로 물들었다. 계곡물은 숨죽여 흘러가고, 물위에는 단풍잎이 떨어져 또 하나의 단풍천국을 이뤘다. 계곡 건너편에서는 단풍나무를 중심으로 여러 종류의 활엽수들이 오색으로 물들어 가을을 즐기고 있다. 단풍나무 아래에서 나란히 걷고 있는 연인들에게 단풍길은 사랑의 불꽃이 된다. 오색단풍이 사랑으로 불타오르고 있다.

단풍터널은 우리를 우화정으로 안내한다. 맑은 연못 가운데에 하늘색 지붕을 한 팔각정자는 날개가 돋아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다. 우화정은 1965년 연못 가운데에 세워졌고, 지금의 건물은 2016년 전통한옥 양식으로 새로 지은 것이다. 연못 가운데 떠 있는 우화정은 단풍과 어울려 아름다운 풍경화가 됐다. 연못 위에는 주변 산봉우리와 우화정이 그림자를 내려놓아 또 하나의 그림이 그려졌다. 연못에 가지를 뻗어 빨갛게 물들인 단풍잎과 어울린 우화정은 내장사 단풍을 대표하는 풍경이다.

연못 가운데 떠 있는 우화정은 단풍과 어울려 아름다운 풍경화가 됐다. 연못 위에는 주변 산봉우리와 우화정이 그림자를 내려놓아 또 하나의 그림이 그려졌다.


내장사 일주문에서 내장사까지 300m 구간은 사람만 걸을 수 있는 단풍터널길이다. 1958년 식재한 108그루의 단풍나무가 아름다운 단풍터널을 이뤘다. 단풍터널길을 걸으며 108번뇌를 벗어나라는 의미로 108그루의 단풍나무를 식재했다.

우리는 곧바로 내장사로 향하지 않고 산비탈을 따라 벽련암으로 향한다. 일주문에서 800m 거리에 있는 벽련암 가는 길은 경사진 임도다. 임도를 울창한 숲이 덮고 있고, 키 큰 나무 아래에서 붉은 단풍이 내장산의 늦가을을 장식하고 있다.

인산인해를 이룬 내장사 가는 길에 비해 벽련암 가는 길은 한가한 편이다. 벽련선원이라는 현판이 걸린 2층 누각을 통과하자 암자가 그림처럼 다가온다. 벽련암 뒤에서 바위 봉우리를 이룬 서래봉이 병풍처럼 펼쳐져 빼어난 풍경을 만들었다. 서래봉은 논을 고르는 ‘써레’를 닮았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벽련선원이라는 현판이 걸린 2층 누각을 통과하자 암자가 그림처럼 다가온다. 벽련암 뒤에서 바위 봉우리를 이룬 서래봉이 병풍처럼 펼쳐져 빼어난 풍경을 만들었다.


대웅전을 비롯한 당우들은 대부분 팔작지붕을 하고서 일직선을 이루며 서래봉과 어울렸다. 암자 정면으로는 내장산 장군봉이 우뚝 솟아있다. 벽련암은 서래봉을 등지고 장군봉을 바라보는 명당에 자리했다.

대웅전 뒤편에 삼성각이 있는데, 삼성각 주변에는 700년 된 자생 녹차밭이 있다.

벽련암 경내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수령 320년 단풍나무가 당당히 서 있다. 단풍나무 높이가 15m에 달한다. 암자를 둘러싸고 있는 단풍들은 곳곳에서 수행정진중이다. 화사하게 물든 단풍은 낙엽이 되면서 이윽고 해탈한다.

벽련암 대웅전 석가모니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산길을 따라 원적암으로 향한다.

울창한 숲속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 좋은 길이다. 여러 종류의 활엽수는 단풍 든 나무, 푸른 잎을 가진 나무, 낙엽 진 나무 등 각양각색이다. 낙엽을 밟는 소리가 자연음악으로 들려온다.

원적암에 들어서니 작고 소박한 암자가 맞이한다. 한국전쟁 때 소실됐다가 1961년에 지금처럼 작은 암자로 복원됐다. 원적암 주변에는 수령 300-500년 된 비자나무 3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비자나무는 우리나라 남부지역과 제주도에 자생한다. 비자나무는 높이가 25m, 가슴높이의 지름이 2m에 달할 정도로 거목으로 자란다.

원적암 주변에는 수령 300-500년 된 비자나무 3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비자나무 군락지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원적골이다. 은은하게 물든 단풍이 오솔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을 포근하게 감싸준다. 원적골을 따라 흐르는 물이 가냘프게 들려온다. 불어오는 바람에 낙엽이 휘날린다. 마음이 가난해진다. 가난한 마음속에는 탐욕이 자리 잡을 수 없다.

내장사에 가까워지면서 단풍 빛이 진해진다. 내장사에는 단풍이 꽃처럼 피어나고 있다. 붉은 단풍뿐만 아니라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도 내장사의 가을을 아름답게 꾸며준다.

무궁무진한 보물이 숨어있다는 뜻을 가진 내장사의 가을보물은 단풍이다. 단풍으로 둘러싸인 내장사 경내는 단정하고 깔끔하다. 넓은 마당이 부처의 향기로 가득 차 있다. 극락전과 관음전 뒤로 멀리 서래봉 바위봉우리가 병풍처럼 펼쳐진다.

내장사는 연꽃잎처럼 벌어진 내장산 연봉 한 가운데에 안겨있다. 내장산의 기운이 내장사로 모아지는 것 같다. 내장사는 유난히 많은 화재를 겪어야했다. 내장사는 636년 창건된 영은사(지금의 내장사 자리)와 660년 창건된 내장사(지금의 벽련암 자리)의 후신이다. 수차례 소실됐다가 중건되기를 반복해 1970년대에 이르러서야 지금과 같은 규모의 가람이 됐다.

내장사는 연꽃잎처럼 벌어진 내장산 연봉 한 가운데에 안겨있다. 내장산의 기운이 내장사로 모아지는 것 같다.


내장사를 나와 단풍터널을 따라 걷는다. 내장사 여러 단풍길 중에서도 가장 걷기 좋은 명품길이다.

하늘을 덮은 단풍터널을 따라 걷는데 붉은 단풍이 화사하게 빛나고 있다. 단풍잎이 가장 아름다운 가을꽃으로 피어난 것이다. 가을꽃으로 피어난 단풍을 가슴에 담고 속세로 향한다.
<장갑수·여행작가>

※여행쪽지
▶내장산은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산이다. 특히 내장사입구 상가에서 내장사까지 단풍터널을 따라 걷는 길은 늦은 가을날에 걷기 좋은 길이다.
▶일주문에서 벽련암을 거쳐 서래봉으로 올라 내장산 연봉을 따라 걷는 등산코스도 좋지만, 여유있게 걸으면서 단풍을 즐기려면 내장사입구 상가에서부터 벽련암과 원적암, 내장사를 연결한 자연관찰로가 적당하다.
※코스 : 내장사1주차장→내장사 일주문→벽련암→원적암→내장사→탐방안내소(셔틀버스 이용)
※거리, 소요시간 : 6.7㎞, 3시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내장사 1주차장(전북 정읍시 내장동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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