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들어가는 정성을 먼저 눈으로, 그 다음에 입으로 맛보니 즐거움이 배가 됩니다.”

지난 27일 광주 북구 남도향토음식박물관. 인문학 강좌와 광주 계절한식 등의 음식과 예술 체험, 각종 공연 및 경연대회가 어우러진 제2회 광주대표음식 ‘맛+봄 축제’가 열렸다.

축제는 오후 1시께 진모영 영화감독의 음식인문학 강좌(영화를 찍으며 ‘맛’ 본 것)와 광주계절한식 체험으로 시작을 알렸다.

다문화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 체험 음식은 참석자들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김장김치’였다.

테이블별로 삼삼오오 모인 이주여성들은 강사의 안내에 따라 절인 배추와 파 등의 채소를 손질하며 구석구석 양념을 버무렸다.

양념을 바를수록 매운 냄새가 강하게 풍겨 일부 참석자들은 기침을 하거나 눈물을 닦아내기도 했으나, 포기(?)하는 이들은 없었다.

구석구석까지 꼼꼼하게 향한 손길에 푸르고 노랬던 배추가 빨갛게 물들자 참석자들은 각자의 ‘작품’을 맛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베트남에서 온 지 5년이 됐다는 웅우옌 아잉씨는 “김치를 식당에서만 먹어봤지 직접 담궈본 건 처음”이라며 “기회가 된다면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엔 혼자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오후 4시께부턴 체험관 야외에 마련된 부스 일원에서 ‘광주 주먹밥’과 ‘상추튀김 팔각소반’, ‘오리탕 도예 접시’, ‘계절한식 밥상보·수저집·냄비받침’ 등의 음식·공예품 제작 체험이 진행되면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인근 공연장에선 난타를 시작으로 팝페라, 마술, 포크 음악회 등의 공연이 체험객들의 흥을 돋웠다.

이 밖에도 남도향토음식박물관의 식문화프로그램 강사인 조일옥 교수 등이 정성스럽게 우린 차와 케이크 등의 디저트를 즐기면서 시민들은 “입과 눈 모두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일곡동 주민 김선미(43)씨는 “주변에서 쉽게 보이는 주먹밥 같은 음식도 만드는 사람의 정성이 더해져서 그런지 그야말로 ‘꿀맛’”이라며 “음식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눈으로 먼저 보고 입으로 맛보니 즐거움도 두 배가 되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조현임 남도향토음식박물관 팀장은 “‘맛+봄 축제’ 외에도 남도의 전통 맛을 느끼고 체험해 볼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이 상시 운영되고 있다”며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된 이번 ‘맛+봄 축제’엔 이주여성 등 지역 주민 1천5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