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행 2년 차를 맞은 ‘고향사랑기부제’의 상반기 모금 실적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 개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기부금 전국 1위였던 전남도를 비롯, 상당수 시·도에서 실적 악화가 뚜렷한 데 따른 결과로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가 민간플랫폼 개방 등 핵심 제도 개선 과제를 외면했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행안부로부터 제출받은 ‘2023·2024년 분기별 고향사랑기부제 모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고향사랑기부금 모금 총액은 199억8천만원, 모금 건수는 14만8천65건, 1인당 평균 모금액은 13만4천940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모금액(-14.3%), 모금건수(-4.6%), 1인당 평균 모금액(-10.1%) 모두 일제히 감소하며 실적 악화를 기록했다.

특히 전남의 경우 기부금 감소액이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전남은 17개 시·도 중 모금액·기부건수 최다 지역으로, 지난해 모금액 143억3천만원을 기록하며 광역지자체 중 유일하게 100억원을 넘은 바 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전남의 기부금 모금액은 47억5천400만원으로 지난해 상반기(61억2천700만원) 대비 22.4%(13억7천300만원)나 급감했다. 전남의 모금 건수는 13.6% 증가했음에도 평균 모금액이 줄면서 전체 모금액 하락을 이끌었다.

감소율을 기준으로 전남은 대구 -35.8%(-10억8천만원), 강원 -23.2%(-4억2천만원)에 이어 3번째로 높았다.

전남에 이어 올해 상반기 모금액·모금건수 상위 2·3위를 차지한 전북(-7.4%), 경북(-21.5%)을 비롯해 총 10개 시·도에서도 모금액 감소를 면치 못했다. 세종(65.8%)·울산(28.6%) 등 7개 지역에서 모금액이 증가했지만 모두 1억원 이하 수준에 그쳤다. 다만, 고향사랑기부제는 연말정산 시 세액공제 혜택으로 연말에 기부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반기 실적 만으로는 전체 실적을 추산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엔 고향사랑기부금 총 모금액 중 4분기 모금액이 53%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지속된 불경기 속 올해 실적이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낙관하기 힘들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초 법 개정을 통해 지정기부 근거 신설, 기부금 연간 상한액 확대 등 고향사랑기부제 개선을 진행하면서도 지난해 국회·지자체에서 요구한 민간플랫폼 개방을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 제공 시스템인 ‘고향사랑e음’을 단일 플랫폼으로 고수하면서 제도 개선 수준에 비해 정책 효과는 전무한 실정이다.

앞서 행안부는 지난해 광주 동구와 영암군 등 일부 지자체가 민간 서비스를 활용해 고향사랑기부 모금 성과를 거두자 모금을 강제 중단시키기도 했다.

결국 올해 8월 행안부는 ‘고향사랑e음’을 민간 플랫폼과 연계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장 연내 실적으로 연결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달 말 제안설명회를 진행한 만큼 올해 안에 서비스를 개통하겠다는 행안부의 구상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용혜인 의원은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2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오히려 실적이 줄어든 원인은 행정안전부가 민간플랫폼 개방 등 핵심 제도 개선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라며 “민간플랫폼 개방 시기를 앞당겼다면 올해 고향사랑기부제 환경은 더욱 개선됐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