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2023 캠페인 '아름다운 사회 함께 만들어요']구두명장 김주술씨
“소외계층 돕는 돼지저금통 살찌우겠다”
18년간 수익금 일부 적립 자치구 기부
2021년 ‘광주시 명예의전당’ 선정…“더 많이 기부할 수 있길”
2023. 01. 19(목) 21:23 가+가-

광주지역에 18년이 넘는 기간 가게 형편과 상관없이 꾸준히 나눔을 실천하는 기부천사가 있어 설 명절을 앞두고 삭막한 세상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8일 구두명장 김주술씨와 부인 최영심씨./안태호 기자

“소외계층을 돕기 위해 구두 수선할 때마다 적립하는 돼지저금통을 살찌우겠습니다.”

광주지역에 18년이 넘는 기간 가게 형편과 상관없이 꾸준히 나눔을 실천하는 기부천사가 있어 설 명절을 앞두고 삭막한 세상에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주인공은 동구 독립로 284 앞에서 컨테이너 구둣방을 운영 중인 김주술(68)씨.

김씨는 비좁은 공간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구두수선과 제작, 광택내는 일 등을 소화하고 있다.

이처럼 바쁜 하루 일과를 보내는 와중에도 꼭 빼먹지 않는 게 있다.

구두를 한번 닦을 때마다 받는 5천원 중 1-2천원을 돼지저금통에 넣는 것이다. 저금통에 차곡차곡 쌓인 돈은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소중한 선물이자 밑거름이 된다.

50년 넘게 구두업계 외길을 걸어온 김씨는 거친 세상의 파고를 넘어 인생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17세 때부터 구두 만드는 기술을 배운 그는 1998년까지 이름이 제법 알려진 제화점 사장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IMF) 때 부도가 나 신용불량자가 되면서 가세가 기울어졌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은 그는 4년 동안 밤낮 구분없이 열심히 일하며 재기의 몸부림을 친 결과, 가까스로 구둣방을 차려 생계를 잇고 있다.

구두업계 종사한 지는 이제 50년 된 그는 양동시장 주차장 귀퉁이에서 장사를 하다 이곳에 터를 잡은 지 8년이 지났다.

이곳 거리는 유동인구가 적어 손님이 많이 없지만, 요즘은 순천, 여수, 목포, 해남 등에서 택배로 받은 물품을 수선해 다시 보내주는 하청일을 같이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 넉넉친 않은 형편이지만 김씨의 기부 철학은 확고하다. 형편이 좋던 나쁘건 꾸준히 나눔을 실천하겠다는 것.

이러한 기부 철학을 부인 최영심(69)씨에게 제안하고 흔쾌히 승낙을 받은 김씨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18년이 넘도록 나눔 여정을 펼친 결과 광주 북구·동구 등에 2천만원이 넘는 돈을 기부했다.

이런 공로로 김씨는 지난 2021년 ‘광주시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 선정돼 많은 시민들의 귀감이 됐다.

‘구두 장인’답게 국내 제품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김씨는 “외국 제품과 비교해 볼 때 국내 상품도 질이 떨어지지 않지만 명품에 매료된 젊은 사람이 많아 안타깝다”며 “수선해 보면 제품의 질이 차이가 난다기 보단 그냥 브랜드 값이다. 국내 상품 역시 우수성이 좋으니 수제화 제작업체나 국내 상품을 많이 사용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는 “한국에서 수제화 부품을 만들던 분들이 국내에선 사업이 어려워 베트남이나 인도 쪽으로 건너가 국내에서 제품을 구하려면 오히려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다”며 “밑창 수선 같은 작업은 쉽게 할 수 있으니 우리 같은 구둣방을 자주 이용해줬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최근 김씨의 기부 소식이 널리 알려지면서 ‘일약 스타’가 된 것에 대해선 부끄럽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씨는 “보잘 것 없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고맙다. 방송 이후 주변 지인들한테 전화도 많이 와 기쁘지만 부끄러운 마음이 크다”며 “장사가 더 잘되면 더 많은 기부도 할 수 있고 돼지저금통으로 가는 내 손이 머뭇거리지 않을 수 있을 거다. 내 몸이 건강해 일을 할 수 있는 한 기부를 계속하겠다”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안태호 기자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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