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민주화운동 사랑방 ‘봉심정’](6)전용호
윤상원과 80년 5월 투사회보 문안 작성…노동운동 참여
전남대 독서잔디 사회과학서클 가입…들불야학 2기 강사 활동
전씨 “민주화 본산 봉심정, 옛 공간 복원 투사 정신 계승해야”
2022. 06. 23(목) 19:39 가+가-




“전두환은 총칼보다 투사회보 한 장을 더 무서워한다. 학살만행을 고발해 다시 싸울 수 있도록 알리고, 또 알려야 한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은 피가 끓듯 분노했고 그만큼 혼란스러웠다. 시민군의 투쟁 열기를 높이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었다.

전용호(65)는 윤상원과 함께 80년 5월 투사회보 문안을 작성했다.

계엄군의 동향, 시위와 집회 전개 과정, 시민들의 정보 수집, 행동강령 알림 등을 넣은 투사회보는 3대의 등사기를 통해 밤새도록 하루 5-6천장씩 만들어졌고, 5월21일 첫 1호를 배포한 이래 25일까지 8호까지 제작·배포됐다.

이는 통신두절과 왜곡 방송 등 주류 언론이 무력한 상태에서 유일한 언론의 기능을 한 것으로 기록됐다.

전씨는 전남대학교 78학번으로 입학과 동시에 독서잔디 사회과학서클에 들어가 1978년부터 이듬해까지 들불야학 2기 강사로 활동했다.

들불야학 강의를 준비하며 사회과학공부에 매진하던 전씨는 대학교 1학년때 박용수, 이항규 등 민주주의를 토론하고 논의하던 선배에 이끌려 처음으로 봉심정을 방문했다.

그곳은 당시 논과 밭, 야산으로 뒤덮인 언덕 위의 아담한 집이었다.

봉심정에 들어간 전씨는 선배들과 유신체제아래 감시를 피해 민주주의와 사회과학, 노동운동 등에 대한 회의를 몇차례 진행했다.

그곳은 민주주의 사회이념, 노동운동을 하던 이들에게 선배와 동료, 후배를 통해 비밀리에 회의 장소로 운영됐다.

전씨는 1980년 5월 항쟁이 일자 윤상원, 들불야학 3기 서대석, 박용준 등 동료교사와 강의에 참여했던 노동자, 학생들과 함께 선전운동에 돌입했다.

이후 27일 최후 항전의 날 체포됐지만 투사회보 부분만 연류돼 단순계엄포고령위반으로 조사과정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민주화를 보며 끓었던 피를 멈추지 못한 전씨는 노동현장 속에서 노동운동을 이어가기 위해 김성섭과 영세한 공장에 취업했지만 이 또한 얼마가지 못했다.

81년 9월29일 9·29 전남대학생시위에 주동자로 몰린 신영일이 수배되면서 형사들이 그와의 친분을 이유로 들어 공장까지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조사를 받고 풀려나온 전씨는 광주공단에 소문이 나 취업이 불가능해졌고, 무등교회로 들어가 청년회원으로 활동했다.

전국적이고 조직적인 활동의 필요성을 느낀 전씨는 1981년 노준현, 김상집, 김성섭과 함께 전국민주노동운동조직에 합류키로 했으나 서울 정보경찰에 의해 전체 조직이 검거에 들어가자, 이들은 봉심정으로 향했다.

자연스럽게 봉심정에 모인 이들은 자본주의 관련 모리스 돕 유명 경제학자의 영어원서 번역, 급진적 출판사 경제 체제 비판 등 사회관련 서적들을 통해 자본주의 발전, 한국 근대사 등을 밤을 새고 논의했다.

당시는 금서를 읽는 것만으로 조직사건에 묶여 구속될 수 있었기 때문에 감시를 피하기 위해 민주인사들은 주로 봉심정에서 책을 읽고 토론했다.

전씨는 “군부의 감시가 삼엄했던 암울한 그 당시, 사회문제를 토론하고 논의할 공간이 정말 부족했다. 봉심정은 외진 곳에 위치해 눈을 피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면서 “70년 초반 민청학련부터 이어진 민주화 운동의 토론, 회의 장소로 사용된 것은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피력했다.

또한 “광주 남구에서 이뤄진 역사적 현장으로서 의미를 되새기고, 옛 공간을 복원해 민주투사들의 정신을 계승하고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복 기자
오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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