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민주화운동 사랑방 ‘봉심정’](2)민청학련과 교육지표 사건
반유신체제 저항 억압 거세지자 봉심정서 사회운동 연대
민주주의 시국토론 통해 광주사회운동 네트워크 구축
KSCF·맷돌 등 전남대·조선대 서클 멤버 민주화운동 근거지
2022. 05. 15(일) 20:04 가+가-

전남대학교는 유신 체제의 반민주적 교육실상을 폭로했던 교수들의 소신 있는 행동을 기리고자 2008년 ‘민주길’을 조성하고 인문대학 앞에 성명서 전문을 새긴 기념 조형물(왼쪽)을 세웠다. 오른쪽은 교육지표사건 안내 표지판./오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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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유신체제를 무기삼아 장기집권을 꿈꾸던 박정희 정권은 민주주의를 외치던 대학생들에게 재갈을 물렸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이다.

이는 1974년 4월 유신체제에 저항하는 전국 청년 1천24명을 잡아들여 공산주의 추종세력이라는 누명을 씌우고 253명을 구속 송치, 180여명을 기소한 사건이다.

또 정권의 김대중 납치사건이 세상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유신 2년째인 1974년에는 재야단체 및 학원가의 반체제 데모가 잇따랐고 일부 언론인, 교수, 종교인, 재야인사들이 개헌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유신체제에 대한 반발이 거세졌다.

유신독재 철폐를 위해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전남대학교 등 전국 여러 대학교의 운동권 학생들이 각 대학교별로 이뤄졌던 학생시위를 통일적으로 조직화하자는 기류가 운동권내 일었고, 이 흐름에 발맞춰 전국 학생들은 반정부 투쟁 시위를 진행했다.

이런 반정부 투쟁의 확산을 막기 위해 당시 정권은 김정길, 이강, 윤한봉을 포함한 관련자 1천24명을 긴급조치 4호에 따른 긴급조치위반 및 내란 예비음모 등의 죄목으로 군사법정에서 사형, 무기징역 등 부당한 선고를 내렸다.

이후 심각한 국내·외 여론을 의식해 대통령 특별조치를 통해 민청학련 관계자들은 1975년 2월15일 대부분 석방됐다.

하지만 중앙정보부는 붙잡았던 학생들에게 죄를 물을 수 없게 되자 민청학련 배후로 ‘인혁당 재건위’라는 공산주의 단체를 가상으로 만들어냈고 반유신체제 저항을 외친 인사들에게 정부 전복을 기도했다는 누명을 씌웠다.

사법부는 인혁당 관련자 8명에 대한 사형을 4월8일 확정했고 판결 18시간 만에 기습적으로 형을 집행했다.

이후 2005년 12월 국가정보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에 의해 이 사건이 정부에 의해 조작된 학생운동 탄압사건이었음이 공표돼 2010년 10월 법원에 의해 피해자들에게 국가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1974년 말 집행유예로 풀려난 김정길은 봉심정에 기거하며 후배들과 민주주의에 대한 시국 토론, 전국 소식 전달, 사회운동 네트워크 구축 등 민주화 활동을 이어갔다.

또 KSCF, 맷돌, 독서잔디, 루사 등 전남대와 조선대의 서클 멤버인 전용호, 박용수, 신영일, 김상윤, 이학영, 박현옥, 윤강옥, 윤한봉, 이재의 등은 산골 깊숙이 있는 아지트인 봉심정을 찾아 유신체제의 부당성에 대해 논의했다.

아울러 산비탈로 올라가는 민가에서 뚝 떨어진 외딴집으로 비밀보장이 되는 유일한 장소인 봉심정에서 윤한봉, 이강, 김정길, 최철, 윤강옥, 박형선 등 전남대학교 민청학련 출신들이 주축을 이뤄 재야 운동권 인사들과 소통하며 젊은 후배들의 학습과 혁명사상, 반체제운동의 당위성 교육을 진행했다.

이강의 구술에 의하면 운동권에 있는 사람은 그 누구라도 가 본 봉심정은 민주화 운동을 이어갈 수 있었던 맥이자, 10년의 역사를 간직한 의미와 역사성을 갖는다고 전해진다.

그때 당시 사회운동가들이 모였던 장소 중 유일하게 보존돼 있는 곳은 소위 산채로 불렸던 ‘봉심정’ 뿐이다.

김정길 등은 이곳에서 심층적인 논의를 통해 유신 정권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시위 조직 확대 등을 기획했고, 당시 방송이나 신문을 통해 집회를 알릴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입에서 입으로 전달해 모임을 이어갔다.

1978년 지금까지 학생들 위주의 민주화운동이 진행됐던 것과 다르게, 처음으로 교사가 앞장서서 국민교육헌장을 공개적으로 정면 비판하며 한국 교육현실의 부당함을 폭로한 사건이 일어났다.

전남대학교에서 김두진·김정수·김현곤·명노근·배영남·송기숙·안진오·이석연·이방기·이홍길·홍승기 등 11명의 교수가 1978년 6월27일 민주교육헌장을 비판하는 ‘우리들의 교육지표’를 공동으로 발표했고 이는 전국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들은 오늘의 교육 실패는 민주주의에 우리 교육이 뿌리박지 못한데서 온 것이라고 주장하며 ▲인간존중의 교육(인간화, 민주화) ▲교육자 자신의 인간적 양심과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적 정열에 의한 교육 ▲외부간섭 배제, 구속학생 석방 및 제적학생 복적 노력 ▲3·1정신과 4·19정신의 계승 전파,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민족역량 함양의 교육 등 4개 항에 합의하고 실천을 다짐했다.

이에 서명한 11명의 교수는 이로 인해 모두 해직됐으며 사건과 관련해 전남대학교 송기숙 교수와 연세대학교 성내운 교수가 구속됐다.

이 사건을 지지한 학생들의 지지 데모가 이후 산발적으로 이뤄졌으며 민주주의 운동은 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이 사건을 주도했던 11인의 교수 외에도 많은 전남대, 조선대 학생과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으며 이로 인해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은 실형과 징역형 집행유예 등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후 2013년 35년만에 무죄를 선고 받는다.

민청학련과 교육지표 사건 등을 거친 후 광주사회운동은 분화돼 각 부문으로 뿌리내렸고, 이들은 서로 긴밀한 연계를 가지고 활동을 이어가면서 성장을 거듭했다.

1979년 초 광주사회운동 활동가들은 인권변호사, 카톨릭센터 중심 지원, 반유신 교육운동, 야학운동, 농민회, 여성운동, 학생운동 등으로 구분돼 조직적인 진영을 갖췄다.

1979년 10월26일 사람들은 유신체제 마무리를 기대했으나, 이후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고 박정희 집권 18년차인 12월12일 군사반란으로 군권력을 장악하는 등 신군부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민주주의 열망을 짓밟았다.

/오복 기자
오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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