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에서]매르켈의 독일 OOO의 대한민국
2021. 12. 16(목) 18:10 가+가-

김종민 논설실장

16년 집권의 막을 내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후임으로 63세의 올라프 숄츠 사민당 대표가 선출됐다. 지난 9월 총선을 치른 뒤 당 색깔에 맞춘 이른바 ‘신호등(사회민주당-빨강·자유민주당-노랑·녹색당-초록) 연정’에 따른 정권 이양이다. 메르켈이 소속된 중도 중도우파 성향인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은 중도좌파 성향의 사민당에 초박빙 접전 끝에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다.

화제가 된 것은 “메르켈처럼 되겠다”며 숄츠 총리가 표심을 잡았고, 취임 직전 G20 정상회의에서 메르켈의 도움을 받아 정상 외교 무대에 데뷔했다는 점이다. 국제사회도 메르켈 정부에서 재무장관 겸 부총리를 맡았던 숄츠의 좌우를 넘나드는 리더십에 주목하면서도 물러난 메르켈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메르켈은 신임 총리 선출과 취임 선서를 모두 지켜봤다. 또 긴 박수를 받고 2005년부터 5천860일간의 재임을 마쳤다. 그녀는 이임식에서 “기쁘게 임한다면, 이 나라를 위해 책임을 지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이다. 우리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 소망이다”고 격려했다. 숄츠는 “대단한 시절이었다. 많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보더라도 메르켈 정부의 정책 방향을 급격하게 전환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메르켈은 앞서 마지막 대국민 팟캐스트에선 “오미크론의 전염성이 지금까지 바이러스보다 더 강하다. 코로나19 백신을 꼭 접종받으라”며 절박한 호소를 했다. 그녀는 2006년 6월 대국민 팟캐스트를 시작한 뒤 600회에 걸쳐 월드컵부터 정부 정책, 지속가능성, 문화, 안보, 디지털화, 평등, 반유대주의, 팬데믹 등에 대해 소통해 왔다.

독일은 메르켈을 떠나 보내지만 그녀의 열정적 헌신으로 만든 유럽의 최강국가, 세계 경제의 중심국 위상은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 슐츠 총리의 표현을 빌리자면 유럽 한가운데에 있는 큰 국가이므로 유럽연합(EU)의 발전을 이끌어나갈 책임이 있는 것으로 앞으로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한민국 역시 한반도의 주권 당사자로서 미국과 중국의 경제 갈등 뿐 아니라 대만 해협을 둘러싼 동북아 신냉전의 조정 역할이 막중하다. 물론 정치 상황은 약간 다르다. 독일은 메르켈 자신이 그랬듯, 제 정당간 연합정부, 대연정을 통해 독일을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지도 국가로 도약했다. 당연히 메르켈의 국가를 위한, 국민을 위한 통합의 기치에서 비롯됐다.

우리는 차기 정부 구성을 위한 대선에 한창이다. 여론조사 지지율을 보듯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양강 구도가 고착화되는 양상으로 상대를 끝장내야 사는 네거티브는 더욱 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편협한 진영 논리에 얽매인 극과 극의 대결, 현 정부의 실정을 부각하고 차별화하는 전략에 치중한 역대급 비호감의 연속이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가 국민에게 희망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누굴 뽑냐’는 목소리만 들린다. 중도 성향의 표심이 승패를 가른다고 하는데 꿈쩍도 않고 있다. 제3지대의 연합도 거론되긴 하나 가능성이 작은데다 결국 단일화라는 명목으로 포장돼 흡수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내편’, ‘네편’으로 갈라치기 싸움에 점점 빠져드는 모양새다.

후보들은 국가 경영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당면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4차 확산 대응을 제1의 공약으로 들었지만 돈 풀기 경쟁, 감세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 표라도 더 모을 심산인 포퓰리즘, 이제라도 멈춰야 한다.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모든 국민이 잘 먹고 잘 사는 경제가 지금 위험하다. 대선 승부처인 호남이 마음을 주지 않고 있는 이유이기도 한 것이다.

차제에 실용주의 리더십으로 꼽히는 메르켈을 낳은 독일의 연합정부를 본뜬 권력체제로의 개편을 논의해야 할 듯 싶다. 유럽의 국가 부도 직전의 사태 등 대내외 혼란 속에서도 재정 관리에 성공한 메르켈 같은 존경받는 지도자를 내야 해서다. 금융 위기와 유로존 위기에서 유럽을 구해내고, 가장 건강한 민주주의 시대를 연 메르켈의 품격높은 정치, 대통합의 정치가 새삼 부러울 따름이다.

국가와 국민을 받들고 국권을 바로세울 수 있었던 것, 그녀가 보여준 진정성의 힘이었다. 진심을 다해 귀 담아 듣고 욕 먹을 일까지 뚝심으로 실행에 나선 노력 때문에 가능했다. 세계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여성의 수식어는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다. 메르켈은 떠나는 순간까지 나라를 위해 책임지는 일이 소망이라고 했다. 강력한 코로나 바이러스에 맞서 국민의 안전부터 걱정했다.

2022년 3월9월 밤, ‘메르켈다운’ 국민 모두의 대통령을 기대해보겠다. 새로운 대한민국, 그 시작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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