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전남지원 영광사업소(이하 영광 농관원)가 오락가락 업무처리 방식으로 지역 농업인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지역 농업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채 서류와 다르다며 무작정 사무소 자체 해석으로 농업경영체를 취소하는 등 무리한 행정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농업인들은 2일 “농민들의 민원 해결을 위한 상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농관원 직원들 간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같은 절차를 수차례 반복해야 한다”며 “오락가락 행정 처리로 민원인들의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영광지역 농업인 A씨는 영광 농관원까지 1시간여 동안 버스를 타고 농업경영체 관련 상담을 받았다. A씨는 직원이 필요 서류를 요청해 자료를 모은 후 다시 방문했지만 이번에는 다른 직원과 상담하면서 이전 직원과 나눴던 대화를 다시 시작해야 했다.

A씨는 “다른 직원과 이야기가 됐다”고 했지만 담당 직원은 “자료가 없다”며 접수 절차를 다시 진행했다. 서류 접수 후 방문하니 이번에는 서류 미비라며 반려됐다. 상담 직원은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영광 농관원에서 검토 후 거절한 것이다.

A씨는 “농관원에 방문해 민원 내용을 문의하니 상담 직원이 가능하다고 해 근무시간 중 시간을 내 업무를 보러 왔는데 다른 직원이 반려해 상담받고 서류 준비한 시간만 허비했다”며 “농업인들의 민원 업무처리 방식이 간소화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원인 대비 상담 인원도 적어 상담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농업경영체 접수 관련 상담을 받기 위해 영광 농관원을 찾은 B씨는 “대기 인원이 10명 이상인 반면, 민원 창구 직원은 단 2명 뿐이었다”며 “확인해보니 출장 또는 휴가 중인 직원이 많았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영광 농관원은 농촌의 현실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규정대로만 해석, 좌절하는 농업인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지인과 함께 밭을 농업경영체를 등록한 C씨는 다른 작물을 키우다 실패해 영광군에서 지원하는 새싹보리를 키웠다. 처음 시도하는 작물이라 이마저도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실패해 크게 좌절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광 농관원 직원은 “농업경영체를 등록할 때 명시했던 작물과 다른 데다, 풀이 많아 실제로 작물을 키우는지도 의심스럽다”며 농업경영체 등록을 취소시키려 했다.

C씨는 농관원 전남지원에 자신의 처지를 설명했더니 “재배 작물이 달라도 상관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전남지원 관계자는 “날씨 등 여러 상황에 따라 다른 작물을 심을 수 있다”며 “작물이 다르다고 농업경영체 등록을 취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실을 영광 농관원에 피력한 후에야 취소 처분을 면할 수 있었다.

C씨는 “두 차례 작물 실패로 경제적 손실이 크다. 밭을 갈려면 장비 대여비에 인건비도 늘어 내년 봄에 한꺼번에 갈려고 했을 뿐인데 키우는 작물이 서류에 기재된 작물과 다르다거나 풀이 많다는 이유로 농사를 짓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행정 편의적인 처사”라며 “농관원이 농업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해하고 민원인을 돕고 구제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영광 농관원 관계자는 “직원이 적은 문제는 구조적인 문제다. 이를 인지하고 농업경영체 등록 시기와 추수 시기에 맞춰 직원들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등 본원 차원에서 개선할 계획”이라며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규정대로만 처리한 문제도 파악 중이며 바꾸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영광=김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