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인정 학교에서 나이 들어 배움의 길을 택해 15년 동안 어렵게 공부해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60대 만학도의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무안군 일로읍에 살고 있는 김경숙(69·여)씨.

김씨는 최근 목포제일정보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부모한테 받은 재산보다 학교에서 받은 재산이 더 크다”며 감격을 표현했다.

7남매의 맏딸로 태어난 김씨는 동생들의 학업을 뒷바라지하느라 공부할 수 없었다.

글을 배우고 싶었지만 용기와 시간을 내기 쉽지 않았다는 김씨는 55세에 목포제일정보중고 평생교육원에 등록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음식 장사를 하는 상황에서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김씨의 답답한 마음을 모르는 남편은 가게가 바쁜데 공부하러 가냐고 반대가 심했고 음식점도 바빴지만 집안에 어려운 일들이 생기면서 공부를 그만 두고 쉬어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글을 배우는 것만은 포기할 수 없었다.

포기하기에는 가슴에 맺힌 한이 너무 컸다. 통상 3년이면 끝낼 초등 과정을 마무리하는 데 11년이 걸렸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름부터 시작한 한글 공부는 일기 쓰기를 통해 반복적으로 연습했다는 김씨는 일기라야 별 것 없이 그냥 하루 일과를 적었다. 간단한 메모 수준이었지만 15년 가량 일기를 계속 쓰면서 한글 실력이 좋아졌다.

김씨는 초등 과정을 공부할 때 운전면허 시험에 도전했다. 겨우 글을 읽을 수 있는 상태에서 시작한 운전면허 시험은 어려웠지만 세 번의 도전 끝에 합격했다.

운전면허 시험에 합격하고 그 자리에서 대성통곡했다는 김씨는 살면서 그렇게 기쁜 눈물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며 추억을 떠올렸다.

김씨는 목포제일정보고등학교 33회 졸업식에서 공부 시작 15년 만에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았다.

김씨는 “성당에 다니면서 미사에서 영어가 한자씩 나오면 읽지 못하는 할머니들에게 가르쳐 준다”며 “그럴 때마다 너무나 행복하고 학교에서 받은 재산이 정말로 크다”고 말했다.

/목포=정해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