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탄 칼럼]매달 로또 당첨금 4만원
논설실장
2020. 10. 15(목) 17:38 가+가-
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코로나19로 메말라가는 듯한 고통을 받는 자영업자들에겐 전(錢)이 구세주나 다름없을 것이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이 펑펑 주어지면 좋겠지만 그나마 찔끔 지원이라도 되는 게 다행이다. 바이러스가 아니라 돈이 돌아야 모든 게 잘 돌아갈 것인데 그렇지 못한 시기다.

돈과 관련해 오죽했으면 영미인들은 ‘머니톡스’(Money talks)란 숙어를 만들어냈을까. 그네들 문화에선 ‘돈이 말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말을 하는 게 아니라 돈이 말한다는, 다시 말하면 돈이 사람을 움직인다는 한국식 표현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돈 그 자체가 위대하다라기보다는 결국 돈이 힘을 발휘한다는 매우 현실적인 인식이다. 살아보니 그렇더라고 인정하고 싶은 사람이 많이 있을 것 같다.

이처럼 중요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각고의 노력과 의지가 필요다고 한다면 모두가 수긍할 수 있을지 장담 못하겠다. 요즘 젊은이들은 ‘희망고문’이라고 하지 않을까. 다시 말해 미래 희망을 던져놓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현재의 삶을 고문처럼 힘들게 하지 말라는 지적이다. 그 희망이 진정 성취된다면 좋겠지만 ‘헬조선’으로 불리는 우리사회에서 언감생심이라면 진정 고문이 아니겠느냐는 철학적 성찰이다. 젊은 층 사이에서 인생은 한번뿐이라는 ‘욜로족’이 많아지는 것도 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다.

청년들이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는 때에 순전히 자신의 노력과 의지만으로 저축하면서 집을 장만하는 게 가능하다고 한다면 현실 경제학을 너무 모르는 것이다. 지금 한국사회는 ‘아빠 찬스’, ‘엄마 찬스’, ‘삼촌 찬스’라며 갖가지 핏줄과 연줄을 동원해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 이생집망(이번 생에 집 사기는 망했다)의 좌절감 속에서 누구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아파트를 떡하니 보유하고 있다면 인생의 출발선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런데 월급 꼬박꼬박 모아 아파트 사라고 한다면 정말이지 주저앉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코로나19가 뒤덮은 현실에서 삶이 팍팍하니까 한방에 역전이 가능한 복권에 다시 매달린다고 한다. 올해 상반기 판매량이 2005년 이후 최대 규모(2조6천억원)다. 그 중 단연 인기가 로또다. 성인 누구나 한번쯤 사봤을 것이다. 그런데 당첨될 확률은 거의 제로다. 필자도 오래 전부터 일주일에 1만원을 투자해서 로또복권 두 장씩을 사는데 5천원짜리 하나 당첨되기도 힘들었다. 열 번 사면 그 중 한 장이 5천원 당첨될까 말까였다. 설혹 5천원이 당첨되더라도 다시 그것을 합해 그 다음주 1만5천원어치 샀다. 그러면 한 장이라도 당첨되느냐 하면, 모두 다 날리는 게 정상이었다.

이런 식으로 필자는 매주 1만원, 한 달이면 4만원을 투자했다. 아니 허비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한 달 4만원이 작은 돈이 아니란 생각이 스쳤다. 1년(52주 기준)이면 52만원이다. 그러니까 매주 로또복권 1만원어치를 사지 않으면 매달, 매년 이 돈을 버는 꼴이란 것을 알았다. 다시 말하면 한 달에 4만원짜리 로또복권이 당첨되고 1년이면 50만이 넘는 당첨금을 받는 셈이랄까.

혹시 이렇게 말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로또복권을 사면 혹시나 당첨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1주일을 보내는 게 아니냐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 또한 희망고문이다. 당첨 안 될 확률이 천문학적으로 많으니까. 그리고 5천원짜리 하나 당첨되지 않은 자신을 보고 있노라면 일순 초라함이 느껴지곤 하는데 그걸 감당하는데도 감정노동이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필자는 로또복권을 안 사고 한 달에 4만원, 1년에 50만원 이상의 당첨금을 챙기고 희망고문을 받지 않기로 결심했다. 얼마간 로또 금단현상이 좀 생기기는 했어도 그까짓 것쯤은 얼마든지 이겨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래도 1등만 되면 몇 십억인데? 절대 현혹되지 말아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뭐니 뭐니 해도 머니(money)란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살아보니 그렇더라고 필자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돈은 있고 봐야겠더라’는 것이다. 없는 돈을 좀 만들려다보니 로또복권 사보고 영끌, 빚투도 해보겠지만 모두 그렇게 해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니 절대 경계해야 한다.

로또복권 1-2등 당첨될 확률이 거의 제로이고, 세계 최고 갑부인 제프 베조스(아마존 창업자)의 그림자엔 얼씬거리기조차 어려운 우리네다. 그러나 절망은 금물이다. 부자가 아니어도 행복할 수 있는 길이 있다. 조건에 좌우되는 그런 행복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사실 어떤 조건도 따라붙지 않는 행복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일 것이다. 이 대목에서 또 하나의 희망고문 표현이 아니냐고 지적할 수 있겠다. 당장 굶어죽게 생겼느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말이다. 그러면 이렇게 물어보자. 그 굶주림이 해결되면 행복해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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