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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규가 들려주는 '광주의 노래'](10) 음악에 대한 사유
새로움은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는 것

2020. 10.15. 16:25:33

<광주작곡마당 제공>
#1. 내가 작곡을 하는 이유
‘나는 작곡을 왜 하는가’,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해본다.

간단하게 적어보면 ‘나의 열망이자 표현에 대한 근본적인 욕구’다. 음악은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는 과정이다. 작곡가가 오랫동안 쌓아온 경험과 사유의 결정체(無)가 소리를 통해 만들어지게 되고, 연주를 통해 많은 사람(有)에게 알린다. 전달 과정을 통해 작곡가의 철학, 감정, 생각, 경험 등을 청중은 느끼게 된다. 그 과정은 마치 핵폭탄의 원리와 비슷하다.

원자폭탄의 원료인 핵분열 물질로는 보통 우라늄과 플루토늄이 사용된다. 우라늄-235나 플루토늄-239 등이 쉽게 핵분열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원자폭탄의 원리는 평소에는 핵분열 물질을 임계질량보다 작은 덩어리로 나눠 보관하다가 필요시 한 덩어리로 모아 임계질량에 이르게 해 순간적으로 폭발이 일어나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임계질량은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같은 핵물질이 핵연쇄반응을 일으켜 스스로 폭발하게 되는 최소한의 질량을 말한다. 예를 들어, 농축도 93.5%인 우라늄-235의 임계질량은 크기로 따지면 핸드볼 공 정도의 크기(약 17㎝)에 해당한다. (다음 백과사전 참고)

자연 상태의 우라늄, 플로토늄을 고농도 추출 후 뇌관을 터트리면 엄청난 에너지를 한순간에 방출한다. 작곡도 위와 같다. 작곡가의 끊임없는 사유, 독서, 토론, 학습, 경험, 여행 등을 통해 고농도의 지적압축을 하고 어느 날 뇌관을 터트리는 순간, 폭발하는 핵폭탄처럼 음악은 그렇게 완성이 된다. 계속 생각하고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곡을 잘 쓸 수 있을지 형식, 화성, 선율, 악기를 고민하고 마음에 안 들면 계속해서 고치기를 반복했을 때, 하나의 곡이 완성된다. 그래서, 작곡된 곡은 소리에서 머무는 것이 아닌 내 자신이 된다.


#2. 空
문득 깊은 밤중에 깨어나니 여기가 어디인지, 왜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잠시 후 내가 있는 존재하는 곳을 알게 됐다. 기억나지 않는 일과 기억나는 일을 바라보며 깨달은 점이 있었다.

나의 존재는 없는 것이며 그저 현상에서 나오는 결합체라는 것. 내 머릿속에 있는 기억, 행위, 감정, 판단 등은 환경의 적응하기 위한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집착할 필요도 없고, 환경 자체로만 바라보면 될 일이다. 내 손안에 움켜쥐고 있다고 해서 내 것도 아니고 세월가운데 잠시 내 손을 지나치는 것이다. 그렇기에 흘러감과 퇴보됨에 따른 아쉬움과 과거의 집착에 대한 그리움은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허상(연기)에 지나지 않다.

결국, 새로움은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는 것을 알았다.

‘空’

우리는 존재를 위해 무단히도 애쓴다. 남보다 돋보여야 하며 남보다 능력 있어야 한다. 존재함을 위해 인정받기 위해 많은 것을 낭비하고 파괴한다. 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니며, 비정상적인 것을 위해서 어제도 오늘도, 앞으로도 부단히도 애쓸 것이다.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37살 나이를 먹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앞으로 살아갈지.

결국, 나에게 필요한 것은 ‘공’(空) 이었다.


#3. 본능과 수단
우리는 본능으로 알고 있다. 다만 그것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고 표현하지 못할 뿐이다. 우리 혀는 맛집을 알고, 우리 귀는 명곡을 알며, 우리 눈은 명작을 안다. 세상의 많은 미사어구가 존재하는 것은 ‘본능’을 말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수단에 너무 집중해 본질을 잊어버릴 때가 많다. 그것도 그럴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대는 본질보단 수단이 다양해지고 다양한 수단 가운데 본질을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수단이 지나치면 본질을 잊어버릴 수밖에 없는 시대이기도 하다. 역으로 본질은 있지만 수단을 활용하지 못해 알려지지 못한 사람도 많다.

본능을 위한 수단의 관찰과 수단을 위한 본능의 관찰도 가능하다. 마치, 안에서 밖을 보는 것과 밖에서 안을 보는 것이 완전히 다른 것처럼 말이다. 내가 아는 작가님께서 나의 음악회를 보며 조언을 해주신 기억이 난다. “승규씨, 너무 많이 표현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이미 관객은 무슨 말을 할 지 다 알고 있어요. 조금만 힘을 빼보세요.”

조금만 힘을 빼보라는 말은 초보 아티스트들이 흔히 듣는 말 중에 하나다. 무대에 대한 욕심과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감정이 과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무위자연’이란 말처럼 내가 자연이 되고 자연이 내가 되는 도교의 철학처럼 내가 음악이 되고 음악이 내가 됐을 때, 본질도 수단도 사라지는 ‘0’ 된다. 그 순간부터 관객은 감동을 받기 시작한다. <이승규·광주작곡마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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