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 어린이가 계모에 의해 여행용 가방에 갇혔다가 숨지는 사건에 이어 계부에 의해 상습 학대로 화상을 입은 9세 소녀가 발견되면서 온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보완 대책이 나왔지만 이번 사건에도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정부는 2018년부터 영유아 건강검진, 장기결석여부 등을 종합해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추정해 지자체로 통보하고, 지자체 공무원은 아동가정을 직접 방문해 양육 환경을 확인하는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1월부터 가정방문이 중단된 상태고, 등교도 늦춰지면서 교사도 이번 사건의 학대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줄었지만, 심각한 수준의 아동학대는 오히려 늘었다.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이 아동학대의 사각지대로 만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개학이 연기되고 집에만 있는 시간이 늘면서 가정 내 아동학대가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일용직·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이 실직 등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만큼 이들 가정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 실직으로 인한 자존감 저하와 분노가 고스란히 약자인 아동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이들 가정의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이재복·고흥경찰서 대서파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