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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전북 완주 ‘고종시 마실길’
푸른 하늘에 빨갛게 매달린 감의 정취에 취하다

2019. 11.12. 18:26:35

길은 시향정 앞을 지나 굽이굽이 돌아가면서 학동마을 방향으로 서서히 고도를 낮춘다.
늦가을 여행을 하다보면 수확 끝낸 밭가에서, 집 담장 옆에서 빨갛게 익은 감을 물끄러미 바라보게 된다. 푸른 하늘에 주렁주렁 매달린 빨간 감을 바라보고 있으면 고향집 어머니처럼 정겨워진다. 오늘은 고향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감의 정취를 맛보며 걸으려한다. 감의 고장 완주군 동상면에 있는 ‘고종시 마실길’이다.

전북 완주군 소양면소재지에서 송광사로 가는 길은 봄철 벚꽃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다. 종남산 남쪽 자락 평지에 자리를 잡은 송광사는 신라 때 창건된 천년고찰이다. 송광사 앞을 지나 위봉사 쪽으로 달리다보면 오성한옥마을을 만난다. 소양고택과 아원고택을 중심으로 조성돼 있는 오성한옥마을은 위봉산과 서방산, 종남산, 원등산이 감싸고 있어 한없이 포근하다.

오성한옥마을을 지나 가파른 산비탈을 굽이굽이 돌아 올라가면 고갯마루에 이른다. 고갯마루에 도착하자 돌로 쌓은 성곽이 나타난다. 위봉산성이다. 위봉산성은 조선 태조의 영정을 봉안하기 위해 태종 7년(1407)에 축성했고, 숙종 원년(1675)에 중수했다.
위봉산성은 조선 태조의 영정을 봉안하기 위해 태종 7년(1407)에 축성했고, 숙종 원년(1675)에 중수했다. 성곽은 석축으로 동·서·북쪽에 3개의 성문이 있었지만 현재는 서문과 주변 일부 성벽만 남아있다.

성곽은 석축으로 동·서·북쪽에 3개의 성문이 있었지만 현재는 서문과 주변 일부 성벽만 남아있다. 고갯마루 도로변에 위치한 서문은 3칸의 문루가 있었으나 없어졌고, 지금은 높이 3m, 너비 3m에 이르는 두 개의 아치형 석문만이 남아있다. 아치형 석문 위에 올라서니 서방산에서 종남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파도치듯 흘러간다.

고종시 마실길은 위봉산성 서문에서 시작된다. 오성한옥마을에서 산비탈을 따라 한참을 올라왔는데, 위봉산성에서 위봉마을·위봉사까지 평지를 이루고 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해발 320-330m에 이르는 분지에 위봉마을이 있고, 위봉사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위봉마을 앞을 지나 위봉사 일주문 앞에 이른다. 한 계단 한 계단 올라설 때마다 일주문과 천왕문, 봉서루를 차례로 만난다. 봉황이 깃들었다는 봉서루 아래를 지나니 법당인 보광명전이 너른 마당 뒤로 모습을 드러낸다. 절 마당에는 수령 500년이 넘는 아름드리 소나무 한 그루가 석탑인 양 서 있다.

마당을 가운데 두고 보광명전과 지장전이 마주보고, 마당 좌우에는 관음전과 극락전이 자리해 전형적인 ‘ㅁ’자형 가람배치를 했다. 절 마당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니 위봉산의 부드러운 봉우리들이 위봉사를 광배마냥 받치고 있다. 마치 봉황이 날개를 펴고 감싸고 있는 것 같다.
위봉사는 위봉산의 부드러운 봉우리들이 광배마냥 받치고 있다. 마치 봉황이 날개를 펴고 감싸고 있는 것 같다. 절 마당에는 수령 500년이 넘는 아름드리 소나무 한 그루가 석탑인 양 서 있다.

정면 3칸 측면 3칸의 겹처마 팔작지붕 다포계 건물인 보광명전(보물 제608호)은 조선중기에 지어진 건물이다. 다포계 팔작지붕이라 다가오는 느낌도 경쾌하다. 보광명전 앞 계단에는 입과 눈, 귀를 막고 있는 원숭이상이 귀엽게 앉아있다. 바르게 말하지 못하고, 바르게 보지 못하며, 바르게 듣지 못하는 범부중생을 상징하는 듯하다.

위봉사를 나와 위봉폭포로 향한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늦가을 정취를 물씬 풍겨준다. 도로를 따라 위봉터널을 지나니 위봉폭포로 내려가는 나무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가파른 나무계단에 들어서자 위봉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기암절벽을 타고 쏟아지는 위봉폭포는 높이가 60m에 이르는 2단 폭포다.

폭포 주변은 기암괴석과 울창한 숲이 빼어난 경관을 이룬다. 기암절벽에 뿌리내린 나무들에 붉게 단풍이 들어 폭포를 아름답게 치장해준다. 위봉폭포는 예로부터 완산 8경 중 하나로 손꼽히는 아름다운 폭포다. 나무계단은 폭포 아래까지 이어진다. 폭포 아래로 내려가니 수량적은 폭포수가 감미로운 음악을 연주해준다.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명상음악 같다.
기암절벽을 타고 쏟아지는 위봉폭포는 높이가 60m에 이르는 2단 폭포다. 폭포 주변은 기암괴석과 울창한 숲이 빼어난 경관을 이룬다. 기암절벽에 뿌리내린 나무들에 붉게 단풍이 들어 폭포를 아름답게 치장해준다.

위봉폭포를 등 뒤에 두고 골짜기 숲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산은 이미 울긋불긋 물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 좋은 임도가 이어진다. 골짜기를 따라 이어지는 임도는 점점 깊어지고, 우리는 물소리·바람소리에 빠져든다. 발걸음도 자연의 소리를 따라 물 흐르듯 흘러간다.

그윽한 길 위에서 가을이 깊어가고, 깊어가는 가을 속에서 내 마음도 깊어진다.

길가에는 가을을 상징하는 꽃들이 피어있다. 산국이 노랗게 채색됐고, 꽃향유는 보라색 꽃을 피웠다. 구절초나 쑥부쟁이 같은 꽃들도 청초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고도가 높아지자 전주 시내가 멀리 바라보인다. 위봉산과 서방산 같은 산들도 여러 개의 봉우리를 이루며 붕긋붕긋 솟아 있다. 시향정전망대에 도착한다. 시향정은 감나무 향기 풍기는 정자라는 뜻이다.

길은 시향정 앞을 지나 굽이굽이 돌아가면서 학동마을 방향으로 서서히 고도를 낮춘다. 산줄기의 방향이 바뀌니 앞으로 펼쳐지는 산들도 바뀐다. 내려 보이는 골짜기에는 잠시 후 지나게 될 다자미마을이 터를 잡고 있고, 그 뒤로 학동산이 붕긋 솟았다. 학동산은 줄기를 북쪽으로 이어가 대부산을 솟구친다. 대부산 뒤로도 수많은 산봉우리들이 첩첩하고, 멀리 대둔산까지 고개를 내민다. 여기에 높고 푸른 가을하늘이 결합되어 아름다운 풍경화 한 폭이 됐다.

골짜기로 접어들자 빨간 감이 주렁주렁 매달린 감나무가 많다. 고종시 마실길이 지나는 이곳 전북 완주군 동상면은 93%가 임야로 이뤄져있다. 동상면은 우리나라 8대 오지 중 하나로 손꼽힐 만큼 산이 첩첩하고 골짜기가 많다.

동상면 산골짜기에는 감나무가 많은데, 이곳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청정한 고지대에서 딴 감으로 곶감을 만들었다. 동상면에서 생산된 곶감은 ‘고종시’라는 재래품종으로 만드는데, 씨가 없고 육질이 부드러우며 당도가 높다. 고종시는 조선 고종에게 진상했다고 해 얻게 된 이름이다. ‘고종시 마실길’이라는 이름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옛날 손이 귀하고 딸보다 아들을 낳으면 귀한 대접을 받던 시절, 다자미(多子味)마을에서는 유난히 아들이 많이 태어났다. 아들을 낳으려고 일부러 이사 올 정도로 유명해져서 ‘다자미 마을’이라는 지명을 얻었다고 한다. 이 마을의 산세가 깊어서 일찍 해가 지는 것이 다산의 비결이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다자미마을에서 학동마을로 가는 길도 하늘만 빤히 보일 정도로 좁은 골짜기를 이루고 있다. 학동마을에 도착하니 마을 앞 하천가에 정자와 느티나무 몇 그루가 마을을 지키고 있다. 이 마을은 청국장 마을로 유명하단다. 점심시간이라 청국장 냄새가 구수하게 풍겨온다. 처마에 매달린 곶감이 가을정취를 전해준다.


※여행쪽지

▶고종시 마실길은 전국 8대 오지 중 하나인 완주군 동상면의 산골짜기를 따라 걷는 길로 위봉산성과 위봉사, 위봉폭포 같은 명승지를 거쳐 가을철 빨갛게 익은 감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코스
1코스:위봉산성→위봉마을→위봉사→위봉폭포→송곶재→시향정전망대→다자미마을→학동마을(11.5㎞/4시간 소요/난이도:보통)
2코스:학동마을→보호수쉼터→대부산재→거인마을(6.5㎞/2시간30분 소요/난이도:어려움)
-송광사 앞쪽과 오성한옥마을 근처에 식당이 있다. 그중 자연뜰(063-246-7048)의 주꾸미무침과 해물파전이 먹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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