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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수업을 도외시 하는 나라
김대종 전무이사

2013. 04.16. 00:00:00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처럼 교육문제로 골치를 앓는 나라는 세계에서 드물다. 해마다 달라지는 입시제도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대학전형방법이 무려 3천 가지가 넘는다면 이해를 하겠는가. 이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당국과 각 대학이 필요에 따라 대입전형을 수시로 뜯어 고치다보니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박근혜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대학전형계획을 바꿀 땐 3년 전에 미리예고 하겠다고 약속까지 했겠는가.

사실, 우리 교육이 바로서기 위해선 개선돼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필자는 무엇보다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역사공부를 외면케 하는 교육당국의 책임이 제일 크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TV를 통해 본 시청자들의 반응이 혀를 찰 정도였으니 말이다. 리포터가 3·1절을 묻자 ‘삼점일절’이고, 3·1운동을 묻자 ‘삼점일운동’이라고 말했다. 또 매국노 이완용에 대해선 ‘일제를 추방하신 분’이라고 답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강원도 원주의 한 대학교 학부생들이 욱일승천기(旭日昇天旗)를 배경으로 대형홍보지를 만들었다가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욱일승천기는 말 그대로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전범기가 아닌가. 국제사회에서도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데, 정작 피해 당사국인 우리나라에서 거리낌 없이 사용했다는 자체는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우리사회와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

어떤 이는 이 같은 원죄에 대해서 우리의 ‘역사교육 부재’를 꼽는다. 맞는 얘기다. 우리나라 중학생의 역사수업 시간을 보니, 3년 동안 지속적으로 수업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 ‘집중 이수제’라는 제도로 한 학기에 끝 맞춰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한 고교 역사수업 역시 독일의 경우는 한 주에 3시간, 미국은 필수과목으로 정해 한 주에 5시간을 배정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1학년 때 한 주에 고작 2-3시간을 할애하고 2·3학년 때는 아예 수업이 없다니 알만도 하겠다. 더욱이 올해 치러지는 수능부턴 사회영역의 선택과목수가 줄면서 한국사 과목은 더 외면을 받을게 뻔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교육당국이 제정신을 차려야 한다. 옛말에 가지가 꺾여도 기둥은 남지만, 뿌리가 뽑히면 밑둥조차 남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뿌리보다 더 중요한 과거 역사를 잊거나 외면 한다면 민족의 미래는 어찌되겠는가.

일본과 관련한 일화가 있다. 바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서전에 나오는 얘기인데 일부 인용해본다. 김 대통령이 옥스퍼드대학에서 연설을 할 때였다. 연설이 끝나고 질의응답 순서에서 한 일본인 학생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는 “왜 한국은 영국이나 프랑스와 달리 옛날을 잊지 못하고 아직도 일본과 화해를 않는지 그 까닭을 말해주세요”

장내가 술렁거린 가운데 김 대통령이 답변했다. “나는 학생께 되묻고 싶다. 영국과 프랑스는 수많은 과거 식민지 국가들과 사이좋게 지내는데, 일본은 왜 과거 식민지였던 한국과 잘 지내지 못한다고 생각하는가? 그 책임이 한국과 일본 중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해보자. 그것은 영국, 프랑스와 일본을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한국인이 생명과 같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성(姓)을 일본식으로 바꾸게 했다. 또 일본은 한국말과 역사를 못 배우도록 했다. 매일 일본 천황이 있는 동쪽을 향해 큰 절을 하도록 강요했다. 언제 영국과 프랑스가 이런 일을 한 적이 있는가. 이번에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전쟁범죄를 같이 저지른 독일과 일본의 태도를 비교해보자. 독일은 과거에 대해 철저히 사죄했다. 유태인과 이스라엘에 수십억의 배상과 보상을 했다. 그런데 일본은 단 3억을 주는 것으로 끝내버렸다. 독일은 그들의 죄상을 어린이부터 전 국민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교육을 시키는데 반해 일본은 대부분 은폐하려 한다. 그러니 당신도 과거를 몰라 질문하는 것이 아닌가? 뿐 만 아니라 독일은 전쟁에 진 것을 ‘패전’이라고 시인하는데, 일본은 ‘종전’이라는 표현을 쓴다. 더구나 초강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일본이 이렇게 반성과 시정을 하지 않고 있는데 주변국인 한국이 이를 경계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따라서 나는 이러한 일본을 결코 영국과 프랑스와 같이 취급할 수없다고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강의가 끝나자 일본 학생이 찾아와 고개를 숙였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이 일화는 김 전 대통령의 해박한 지식이 돋보인 명쾌한 답변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청소년들의 역사 인식도 이젠 달라져야 한다. 아니, 교육부가 나서 결자해지해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역사수업을 늘리고 역사과목을 수능의 필수과목에 둬야 할 듯싶다. 달리 방법이 없다. /bigbell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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