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학동 붕괴, 이태원 압사 등 참사 유가족들이 ‘인명 참사’가 반복되는 건 정부가 침묵하며 책임을 회피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22일 오후 2시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선 ‘책임져야 할 국가의 부재와 부인’을 주제로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문제 해결을 위한 재난피해자 원탁회의가 열렸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주기 시민추모대회 추진위원회 주최로 열린 이날 원탁회의에는 ▲대구 지하철 화재 ▲세월호 침몰 ▲학동 붕괴 ▲오송지하차도 침수 ▲이태원 압사 ▲삼풍백화점 붕괴 ▲아리셀 화재 등 8개 참사의 유가족도 함께했다.

이들은 “각 참사마다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다”며 “근본 원인은 부실한 법과 제도, 책임을 분산시키는 행정의 구조, 사전 예방의 부재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순길 (사)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참사 당시 가장 고통스러웠던 건 국가가 밝혀야 할 것들을 피해자들이 대신 입증한 것”이라며 “제주항공 참사 역시 해당 부처나 정권의 이해관계가 없는 독립된 기구가 투명하게 과정을 공개하며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진의 학동참사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유가족들이 마주한 것은 사고의 원인을 설명해 주는 국가도, 책임을 인정하는 정부도 아니라 침묵과 회피”라며 “국가가 재난을 ‘해결해야 할 책임’이 아닌 ‘관리하고 소모해야 할 사건’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의견 교환 후 참사 유가족들은 ‘제주항공 참사 해결을 위한 재난피해자 선언문’ 작성에 착수했다.

참사 1주기 전날인 오는 28일 오후 7시 무안국제공항에서 진행되는 추모의 밤 행사에서 발표될 이 선언문은 ▲진상 조사 ▲책임 이행 ▲재발 방지 등 세 가지 분야에 대한 유가족의 바람이 담긴다.

한편 원탁회의에 앞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은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현장과 5·18민주광장에 설치된 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희생자를 추모했다./서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