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광주정신이 움트고 퍼져나갔던 흥학관 옛 터에, 그 정신을 잇는 문화공간이 문을 열었다. 지난 15일 광주 동구 문화전당로35번길 8(옛 광산동 100번지)에 ‘흥학관갤러리카페’가 정식 개관했다.

흥학관은 1919년 논의를 거쳐 1921년 낙성식을 치른 근대 건축물로, 항일운동과 사회계몽운동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광주청년회와 광주노동공제회, 광주노동야학, 광주부인회, 신간회 광주지부, 근우회 광주지회 등 1920-30년대 광주의 주요 사회단체 상당수가 이곳을 거점으로 활동했다. 특히 1929년 광주학생독립운동 역시 흥학관에서 계획·논의된 뒤, 광주에서 시작돼 전국 학생 사회로 확산됐다.

흥학관갤러리카페의 출발은 이 공간이 지닌 역사적 의미를 어떻게 현재로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2011년 해당 건물을 매입한 이형철(사진) 흥학관갤러리카페 대표는 2021년 전일빌딩에서 열린 흥학관 건립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며 이곳이 옛 흥학관 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후 그 정신을 현재로 잇는 공간 구상을 본격화했다.

이 대표는 “이곳이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광주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역사 공간이라는 점이 늘 마음에 남아 있었다”며 “과연 어떤 모습일 때 이 터의 의미가 가장 잘 살아날 수 있을지 계속 질문해왔다”고 밝혔다.

공간 구성 역시 흥학관의 본래 기능과 맥을 함께한다. 강연과 토론, 공연과 교육이 함께 이뤄졌던 흥학관의 성격을 오늘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이에 따라 1층은 차와 커피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는 카페 공간으로, 2층은 전시와 강연·공연·토론이 가능한 문화 공간으로 구성했다.

개관과 함께 마련된 첫 전시는 내년 1월31일까지 이어지는 오픈 기념전 ‘광주정신을 만나다. 흥학관’이다. 이번 전시는 흥학관 연구를 오래 이어온 양성현 작가가 기획했으며, 그가 펴낸 ‘흥학관’ 책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 전시 형식으로 구성됐다.

양성현 작가는 “흥학관은 근대 광주정신이 피어나고 시민사회의 숨결이 가장 뜨겁게 이어졌던 상징적 공간”이라며 “이곳에서는 항일운동은 물론 청년·노동·여성 교육과 계몽 활동이 끊임없이 이뤄졌고, 그 흐름은 광주학생독립운동으로 전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주정신은 특정 사건에서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흥학관을 중심으로 오랜 시간 축적된 의향과 헌신, 연대의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흥학관갤러리카페는 향후 시민과 청년 작가를 중심으로 한 전시 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문화재단 등 공공기관과 협력해 공모 방식의 전시를 진행하고 지역 동아리와 대학생, 청년 작가들이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장을 꾸준히 마련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오늘을 살아가는 광주 시민들이 이 공간에서 시대의 이야기를 나누고, 의향 광주의 역사와 정신을 다시 떠올려보기를 바란다”며 “흥학관갤러리카페가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뜻깊은 만남의 장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