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표도서관 공사장 붕괴로 매몰됐던 하청업체 근로자 4명에 대한 수색·구조 작업이 사고 발생 48시간 만에 마무리됐지만 생존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사고 직후 조사에 착수한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시공사 압수수색과 함께, 공사 현장 관계자를 대상으로 출국 금지 조치를 신청하는 등 사고 원인·책임 규명을 위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옥상부터 지하까지 순식간에 ‘와르르’

14일 광주시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1시58분께 광주대표도서관 신축 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중이던 루프층(옥상 바닥)이 무너졌다.

사고의 여파로 건축물을 지탱하는 PC빔과 트러스가 균형을 잃으면서 길이 48m·폭 20m 규모의 구조물 일부가 순식간에 붕괴됐고 콘크리트와 철근 등 잔해가 지하까지 무너뜨렸다.

이 사고로 공사 현장에 근무 중이던 97명 중 4명이 매몰됐다.

소방 당국은 사고 당일 오후 2시19분께 첫 번째 구조자 A(40대)씨를 발견해 약 40분 만에 구조했으나 결국 병원에서 사망했다.

두 번째 구조자 B(70대)씨는 같은 날 오후 3시53분께 발견됐지만 뒤엉킨 잔해로 인해 수습은 4시간이 더 지나서야 이뤄졌고 현장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이후 구조 당국은 밤샘 수색·구조 작업을 이어갔다. 그러나 잔해와 함께 기울어진 철제 구조물로 인한 2차 사고 위험이 커 12일 오전 9시20분부터 안정화 작업에 나섰다.

안정화 작업이 12일 자정께 끝나면서 구조 당국은 수색 작업을 재개했고 13일 오전 1시33분께 세 번째 구조자 C(60대)씨의 시신을 수습했다.

마지막 구조자 D(50대)씨가 같은 날 오후 12시28분께 사망한 채 수습되면서 소방 당국은 사흘에 걸친 구조 작업을 마무리했다.

4명의 사망자 모두 하청업체 소속 철근공·미장공·배관공으로 파악됐다.

◇경찰, 오늘부터 ‘수사본부’로 격상

광주경찰청은 지난 13일 광주대표도서관 시공사인 구일종합건설 서울 본사와 광주사무소를 비롯해 철근콘크리트, 감리, 설계 등과 관련해 6개 업체를 대상으로 8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은 동바리(지지대) 없이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특허 공법’으로 시공하는 과정에서 안전 조치가 제대로 이행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와 관계자 휴대전화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개로 공사 업체 관계자 5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고 중요 참고인 8명에 대해서는 출국금지를 신청했다.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15일부터 수사팀을 수사본부로 격상한다. 기존 중대수사팀과 과학수사대, 강력계 피해자보호팀 등 36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에 3개 수사팀을 추가, 총 62명 규모로 운영한다.

경찰과 함께 압수수색에 나선 광주지방고용노동청도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등을 살펴볼 방침이다.

한편, 광주시가 발주한 광주대표도서관은 옛 상무소각장 부지에 총사업비 516억원을 들여 지하 2층·지상 2층 연면적 1만1천㎥ 규모로 건립되는 공공도서관이다.

2022년 9월 착공했으나 올해 6월 시공사 중 한 곳인 홍진건설의 모기업(영무토건)이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이후 공동 시공을 맡았던 구일종합건설이 홍진건설의 지분을 인수받아 지난 9월 공사를 재개했고 준공 시점은 내년 상반기로 밀렸다./안재영·이연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