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 사태를 극복하고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 정상화를 향한 숨 가쁜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빛의 혁명정신에 따라 새로운 국가 비전을 국민주권시대로 제시한 이재명정부가 2025년에 국정의 방향과 기틀을 완료하고, 2026년부터 이를 본격적으로 실천해 나설 채비여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더구나 2026년 6월에는 지방선거가 예정되어 벌써부터 입지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이재명정부의 국민주권시대는 새해 지방선거와 민선 9기 지방정부를 통해 주민주권시대로 활짝 열릴 것이다. 이는 국민주권의 원리가 주민주권에 뿌리를 두고 확대된 개념이고, 국민주권은 주민주권을 통해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적 로컬민주주의를 성장시키고, 마을과 골목의 주민자치가 국가 의제와 국민주권을 아래로부터 재구성하는 길이기에, 새해에 들어 설 주민주권형 지방정부의 역할과 책임은 매우 크고 중요하다.

아울러 새해는 민선자치 30년을 넘어, 새로운 30년을 향한 기틀을 마련하고, 주민이 체감하는 성숙과 내실의 마을자치로 혁신해야 한다. 지난 11월19일 울산에서 열린 지방시대 엑스포에서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발표한 ‘민선자치 30년의 성과 평가’에 의하면, 주민들은 민선자치 성과를 27.5%, 주민의견반영 민주성을 22.3%, 자치단체 홍보 신뢰도는 36.6%로 매우 낮게 평가하고 있다. 이는 23.1%에 불과한 중앙·지방재정간 불균형 구조가 지방소멸로 이어지고 있는 여전한 현실과 민선자치의 낮은 효능감, 동원된 참여의 형식성이 주민들에게 깊은 실망을 주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주민들의 실망을 걷어내고 지방자치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듯, 당연히 지방의 주인은 주민임을 다시 확인하고, 주민이 결정하고 체감하는 주민자치의 원리를 마을에서부터 실천해야 한다. 이에 이재명 정부가 지방자치 혁신의 목표를 ‘주민주권형 지방정부 구현’으로 정한 것은 매우 적절하고 기대되는 바 크다.

주민주권형 지방정부 구현의 핵심과제는 지방정부 주권자로서 주민참여 결정권 보장,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주민참여제도 활성화, 지역공동체 중심의 사회연대경제 생태계 조성의 세 분야 11개 과제이다. 여기에는 주민자치회를 지방자치법상 제도로 전면 도입하고, 마을기업, 주민참여예산제 연계 등 주민자치회에 실질적 기능을 부여하며, 읍면동 주민선출제와 전 읍면동 주민자치기구 설치 및 마을단위 결정권 부여가 들어 있다. 그리고 주민소환 기준 현실화, AI 빅데이터 기반 주민참여 플랫폼 고도화, 사회연대경제·마을공동체기본법 제정, 지역순환형 사회연대경제구조 확립 등을 행안부가 실천할 핵심 과제로 확정하고, 조직개편도 마무리 했다.

그동안 ‘주민자치법제화전국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추진했던 주민자치 법제화는 지난 11월27일 지방자치법 17조 2항에 주민자치회 설치 근거가 포함된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의결만 남겨놓은 상태이다. 그리고 사회연대·마을공동체기본법의 입법도 본격적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어서 주민주권형 지방정부를 뒷받침할 법 제도화가 마련돼가고 있다.

지난 12월5일 대전에서는 대전공동체연합회 주최로 포럼을 열고, 대전시와 자치구의 조례 제개정 작업에 나섰으며, 다른 시도들도 발 빠르게 준비에 들어갔다. 이제 광주시와 전남도는 물론, 시군구도 주민주권형 지방정부 실천을 위한 정책 제도적 정비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각각 실무추진단을 구성하고, 시도민 의견을 광범위하게 모으기 위한 ‘주민주권형 지방정부 포럼’도 운영하여 새해 민선자치 혁신의 길에 나서길 기대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