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틀

고흥 소록도에서 40여년간 한센인을 위해 헌신한 ‘파란 눈의 천사’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손때 묻은 유물들이 국가 예비문화유산이 됐다.

3일 고흥군에 따르면 지난 1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소록도 마리안느와 마가렛 치료 및 간병 도구’의 국가유산청 예비문화유산 선정 증서 수여식이 열렸다.

‘예비문화유산’은 제작·형성된 지 50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장래 등록문화유산으로서 보존 가치가 높은 근현대 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 도입된 제도다.

이번에 선정된 유물은 (사)마리안느와 마가렛 기념관이 소장한 빵틀 1점, 분유통 1점을 비롯해 국립소록도병원 M치료실 관련 유물 30건 71점 등 총 73점이다.

이 물건들은 두 간호사가 2005년 고국인 오스트리아로 돌아갈 때까지 사용했던 것으로, 한센인들을 향한 숭고한 인류애와 희생정신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특히 ‘빵틀’은 생일조차 축하받지 못했던 환자들에게 직접 빵을 구워주며 위로를 건네던 도구이며, ‘분유통’은 매일 오전 5시부터 환자들의 영양 보충을 위해 우유를 타 나르던 그들의 사랑을 상징한다.

김연준 (사)마리안느와 마가렛 기념관 명예이사장(신부)은 “빵틀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 환우들에게 새로운 생명의 기쁨을 선물했던 상징물”이라며 감회를 전했다.

고흥군 관계자는 “소록도의 유산이 예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것은 두 분의 헌신이 역사적 가치를 지닌 유물로 공식 인정받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체계적인 보존 방안을 마련해 이 유산에 담긴 인류애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