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인 삶에서 ‘축제’의 삶으로 / 강은경
- 재생 준비중
2025. 09. 25(목) 18:24 가+가-
강은경 前 함평손불중학교장
후루룩, 많은 시간이 지나갔다. 38년6개월의 교직생활이 파노라마처럼 눈 앞에 펼쳐진다. 그리고 숙연해진다. 필자는 1987년 3월1일자로 보성에 있는 산골 중학교에 부임했다. 중학교, 전문계고, 인문고를 넘나들며 수학교사, 교감, 교장으로서의 긴 여정을 지난 8월31일에 마쳤다. 사범대학에 입학하려 하자, 중등학교 교장이었던 아버지는 완강히 반대했다. 교직 생활을 못 마땅해하신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고 보니 필자의 선택이 옳았다.
전문계고 학생들은 빠른 취업이 목적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수업이 큰 흥미를 느끼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연극반 지도교사, 유네스코 동아리 지도교사를 하면서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학교 생활에 흥미를 느끼게 해 주었다. 인문계고 학생들은 대학 진학이 목적이기 때문에 수학 교사인 나에게는 매우 혹독한 곳이었다. 밤 늦게까지 이어지는 수업으로 인해 결국 나는 성대결절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첫 부임지는 중학교였지만 23년 동안 고등학교에만 근무를 하다가 승진을 앞두고 중학교로 옮기려 할 때는 수업과 생활지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하필 발령난 학교가 전남 혁신학교로 지정돼 있어서 부임하자마자 대구 카톨릭대 서근원 교수와 함께 ‘아이 눈으로 수업하기’라는 질적 연구에 돌입했다. 중학교 교사 생활에 적응하기도 전에 맞이해야 했던 매달 수업 공개는 참으로 난감했다. 질적 연구는 내가 근무하는 4년 동안 쭉 이어졌다. 노력한 결과, ‘전남수업우수교사’로 선정돼 지금도 전남도교육청 현관에 있는 명예의 전당에는 내 이름이 올려져 있다. 또한 아이들과 함께 했던 수업을 모아 만든 ‘벼리아리가 창문이 된 아이 눈으로 수업보기’ 보고서는 전남도교육청 교실수업실천사례 보고서 대회에서 1등급을 받았다.
세 학교가 통합돼 ‘기숙형 통합학교’가 만들어졌다. 한 해에 기숙사 사감, 학생부장, 담임교사 등을 하면서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각각 다른 학교에서 생활했던 사춘기의 아이들이 모여서 기숙사 생활을 한다는 것은 어려움이 적잖았다. 자고 일어날 때마다 사건이 발생했다. 나는 학생자치회 중심으로 아이들을 움직였고 그 결과 탄생한 보고서가 ‘소통 UP!, 화합UP! 행복학교 만들기’였다. 연이어 도대회 1등급을 받았다.
수학 수업이 계속 진행되면서 아이들을 더 많이 더 깊이 참여시키기 위한 고민을 거듭했다. 교육부 주관 ‘자유학기 콘서트’에 전남도교육청 명인으로 선발돼 수업을 시연하며 나름대로의 수업 방법을 만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톡톡한 스토리텔링 수학 수업으로 문제해결 척척!, 의사소통 팡팡!’ 보고서였다. 당당히 교육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긴 교사 생활이 끝나고 대규모 읍 단위 중학교 교감으로 부임했다. 날마다 학생문제, 학부모 민원이 끊이질 않았다. 그 때문에 선생님들은 수업과 생활지도에 지쳐있었다. 학생부장 경험을 토대로 생활지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교사들의 수업을 참관하고 긍정적 피드백을 해줌으로써 수업 공개에 대한 교사들의 인식을 바꿔 나갔다.
교감 임기가 끝나고 학교 문을 나서는데 이 학교가 첫 부임지인 30대 여교사에게서 긴 문자가 날라왔다. 내용은 이러하다.
“제 실수를 귀엽게 봐 주시고 또 친절히 알려주신 따스함에 정말 감동 받았어요. 노력을 알아주시는 교감 선생님의 눈빛 한 자락,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되고 초심을 잡게 했는지 몰라요. 존경하고 사랑했습니다.”
적어도 젊은 교사에게 꼰대 교감이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지금도 이 글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마지막 교장 임기는 짧았다. 전교생과 상담했고, 학교 현관을 학생 카페로 내어줬으며 체험학습을 극대화했다. 세상을 떠나면서 박경리 작가가 남긴 마지막 말처럼 지금 나는 모든 것이 ‘홀가분하다’. 이제 나는 독서 모임을 통해 사고를 확장하고, 여행을 통해 경험을 확장해 갈 것이다. 또한 악기 연주를 통한 재능 기부를 할 것이며, 문화해설사를 통해 지역사회에 봉사할 것을 소망한다. 무엇보다도 9월 말에 태어날 나의 손자 선우에게 멋진 할머니가 될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행복해진다. 이제, 한 모퉁이를 돌았다. 그리고 새롭게 나타난 또 다른 모퉁이를 마주한다. 거기서 나는 매일 ‘축제의 삶’을 위한 새로운 꿈을 꾼다. 너무나 행복하게.
전문계고 학생들은 빠른 취업이 목적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수업이 큰 흥미를 느끼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연극반 지도교사, 유네스코 동아리 지도교사를 하면서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학교 생활에 흥미를 느끼게 해 주었다. 인문계고 학생들은 대학 진학이 목적이기 때문에 수학 교사인 나에게는 매우 혹독한 곳이었다. 밤 늦게까지 이어지는 수업으로 인해 결국 나는 성대결절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세 학교가 통합돼 ‘기숙형 통합학교’가 만들어졌다. 한 해에 기숙사 사감, 학생부장, 담임교사 등을 하면서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각각 다른 학교에서 생활했던 사춘기의 아이들이 모여서 기숙사 생활을 한다는 것은 어려움이 적잖았다. 자고 일어날 때마다 사건이 발생했다. 나는 학생자치회 중심으로 아이들을 움직였고 그 결과 탄생한 보고서가 ‘소통 UP!, 화합UP! 행복학교 만들기’였다. 연이어 도대회 1등급을 받았다.
수학 수업이 계속 진행되면서 아이들을 더 많이 더 깊이 참여시키기 위한 고민을 거듭했다. 교육부 주관 ‘자유학기 콘서트’에 전남도교육청 명인으로 선발돼 수업을 시연하며 나름대로의 수업 방법을 만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톡톡한 스토리텔링 수학 수업으로 문제해결 척척!, 의사소통 팡팡!’ 보고서였다. 당당히 교육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긴 교사 생활이 끝나고 대규모 읍 단위 중학교 교감으로 부임했다. 날마다 학생문제, 학부모 민원이 끊이질 않았다. 그 때문에 선생님들은 수업과 생활지도에 지쳐있었다. 학생부장 경험을 토대로 생활지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교사들의 수업을 참관하고 긍정적 피드백을 해줌으로써 수업 공개에 대한 교사들의 인식을 바꿔 나갔다.
교감 임기가 끝나고 학교 문을 나서는데 이 학교가 첫 부임지인 30대 여교사에게서 긴 문자가 날라왔다. 내용은 이러하다.
“제 실수를 귀엽게 봐 주시고 또 친절히 알려주신 따스함에 정말 감동 받았어요. 노력을 알아주시는 교감 선생님의 눈빛 한 자락,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되고 초심을 잡게 했는지 몰라요. 존경하고 사랑했습니다.”
적어도 젊은 교사에게 꼰대 교감이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지금도 이 글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마지막 교장 임기는 짧았다. 전교생과 상담했고, 학교 현관을 학생 카페로 내어줬으며 체험학습을 극대화했다. 세상을 떠나면서 박경리 작가가 남긴 마지막 말처럼 지금 나는 모든 것이 ‘홀가분하다’. 이제 나는 독서 모임을 통해 사고를 확장하고, 여행을 통해 경험을 확장해 갈 것이다. 또한 악기 연주를 통한 재능 기부를 할 것이며, 문화해설사를 통해 지역사회에 봉사할 것을 소망한다. 무엇보다도 9월 말에 태어날 나의 손자 선우에게 멋진 할머니가 될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행복해진다. 이제, 한 모퉁이를 돌았다. 그리고 새롭게 나타난 또 다른 모퉁이를 마주한다. 거기서 나는 매일 ‘축제의 삶’을 위한 새로운 꿈을 꾼다. 너무나 행복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