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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요? 우리에겐 오히려 든든한 에너지 공급원이죠. 여름철 전기요금 걱정은 전혀 없어요.”

폭염 경보가 내려진 20일 오후 1시께 광주 남구 행암동 신효천마을. 최고기온이 34.1도에 달하면서 화덕처럼 달궈진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골목 사이사이론 후덥지근한 바람이 불어 주민들은 양산을 쓰거나 그늘을 찾아 움직였다.

반면, 마을 회관에서 만난 주민들은 더 없이 평온(?)한 상태였다.

에어컨과 선풍기 등 냉방기기는 물론이고 공기청정기까지 가동되고 있어 시원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TV를 시청하며 웃음꽃을 피워냈다.

주민들은 마을회관뿐만 아니라 각자의 집에서도 전기세 걱정 없이 에어컨을 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최흥동(69)씨는 “1년 전기세를 모두 합쳐도 6만원 남짓”이라며 “냉장고 3대와 에어컨, 돌침대 등 온갖 가전제품을 마음껏 써도 걱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최씨에게 청구된 전기세는 5천390원에 불과해 놀라움을 자아냈는데, 주민들은 “이 정도면 아껴 쓴 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주민 김모(70대·여)씨는 “장마철부터 제습기와 에어컨을 늘 키고 있지만 전기세는 몇천원 정도”라며 “냉방기기를 종일 트는 덕에 마을회관도 시원해 이웃들과 자주 모인다”고 전했다.

이 같은 ‘냉방의 자유’가 가능한 건 이곳이 가정마다 태양광 발전 설비가 설치된 ‘에너지 자립’ 마을이어서다.

현재 신효천마을에 거주하는 주민 대부분은 지난 2002년 인근에 광역위생매립장이 들어서면 이곳으로 이주한 이들이다.

이들을 위해 남구는 64가구 전 세대에 2.1㎾ 규모의 태양광 설비를 설치했다.

해당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의 ‘태양광주택 10만호 보급사업’에 선정됨에 따라 이뤄졌다.

이 설비 덕에 전체 주민들이 연간 3천300만원의 전기세를 절감한 것으로 분석되면서 신효천마을은 전국 최초의 에너지자립 마을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2021년 산업통상자원부의 ‘마을단위 마이크로그리드 실증사업’에도 선정돼 총 27억원 규모의 국비·지방비·기업 투자가 이어지면서 남구는 모든 가구의 태양광 설비를 3㎾급으로 교체했다.

현재 신효천마을은 64가구 태양광 발전(총 192㎾)과 공용 태양광 발전(58.5㎾),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 충전소, 태양열 설비까지 갖춘 소규모 분산 전원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주민들은 협동조합을 세워 태양광 수익사업을 통해 매월 60여만원의 수익을 내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마을 에너지 자립률을 9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마을 자립률은 73%이다.

남구 관계자는 “신효천 마을이 폭염과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전국적 모범사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