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화재로 공장 절반 이상이 잿더미로 변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사고 3개월여 만에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현장 감식이 진행됐다.

18일 오전 광주경찰청 형사기동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광주시 소방본부 등은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제2공장 정련공정동에서 합동 감식을 실시했다.

광주경찰청은 화재 직후 형사기동대와 과학수사계 등 40여명 규모의 전담 수사본부를 꾸려 수사를 이어왔으나, 건물 붕괴 위험 때문에 내부 감식은 그동안 미뤄져 왔다.

감식에는 경찰과 소방 등 관계자 22명이 투입됐다. 감식반은 내부 진입이 위험하다고 판단, 소방 장비를 이용해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방식으로 발화 추정 지점인 2층 산업용 대형 전기 오븐 주변을 중심으로 사진 촬영과 기록 작업을 했다.

또 약 9t에 달하는 대형 전기 오븐을 와이어 체인으로 체결해 발굴, 일부 정밀 감식을 이어갔다.

박동성 광주경찰청 형사기동대장은 “화재와 붕괴로 인해 전기 오븐 등의 변형이 예상되지만 현장에서 꼼꼼한 확인을 통해 원인과 확산 경위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월17일 화재 발생 당시 목격자들은 불이 정련 공정 내 전기 오븐에서 생고무를 예열하던 중 불꽃이 튀며 시작됐다고 진술했다.

이밖에 사고 직후 전기 오븐에 설치된 이산화탄소 소화설비가 엉뚱한 곳에 분사됐다는 의혹과 확산을 막아야 할 방화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돼 감식반은 단순 발화 요인뿐 아니라 불길이 급속히 확산된 경위도 조사 중이다.

아울러 화재 현장에서 대피하던 근로자 1명이 중상을 입은 것과 관련해 대피 방송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와 관련 시설 설치·관리 상태 전반을 확인할 계획이다.

다만 현장 감식과 동시에 진행되는 정련공정동 철거 공정으로 인한 비산먼지와 소음으로 인근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광산구는 지난 6일 정련공정동 건물 해체 공사를 조건부 승인하며 안전 보강을 마친 뒤 감식을 허용했다.

해당 건물은 연면적 4만3천여㎡, 지상 3층 규모로 오는 11월까지 압쇄 방식으로 해체 공사가 진행된다. 해체 과정에서만 건축폐기물이 9만2천여t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로 공장에서 약 3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송광아파트 주민 임모(70)씨는 “매일 철거 기계 소리가 울려 생활이 어렵고, 창문을 열면 집안으로 먼지가 들어온다”며 “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분진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 김모(50대)씨는 “분진 가림막을 설치했지만 윗부분이 뚫려 있어 소용이 없다”며 “보여주기식 조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광산구 관계자는 “소음과 분진 문제는 법적 기준을 준수하며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주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점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