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며 애썼던 날들이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읽어주길, 눈빛 하나에 위로를 주길 기대하며 버텼다. 그 기대는 때로는 간절했고, 때로는 절박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아무도 내 고통을 대신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타인의 공감은 분명 따뜻하고 위로가 되지만, 그것만으로는 나를 온전히 구원할 수 없었고, 그 따뜻함은 찰나의 온기일 뿐, 내 삶의 추위를 녹이기엔 부족했다.

그때부터였다. 나를 지키는 일은 내가 해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게 된 건. 세상이 차가운 바람으로 스칠 때, 가장 먼저 나를 감싸 안을 수 있는 존재는 결국 ‘나’라는 진실. 작은 상처에도 울고 싶을 때, 누구보다 진하게 울어주고, 눈물의 이유를 다정히 묻는 존재가 되어야 했다. 남들이 모르는 내 마음의 골짜기를, 내가 먼저 들여다보고 어루만져야 했다.

자신을 끌어안는 법을 배우며 알게 되었다. 흔들리는 나를 굳건히 지탱해 주는 건 외부의 구조물이 아니라, 내면의 목소리라는 것을. 그 목소리는 늘 속삭인다. “괜찮아. 너는 충분히 잘 하고 있어.” 그 말은 세상의 어떤 위로보다 깊고 진하다. 그것은 나를 향한 가장 진실된 응원이며,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다.

삶은 여전히 거칠고 예측할 수 없지만, 나는 더 이상 구원을 바라는 이가 아니다. 나는 이제 나의 편이다. 나의 가장 강력한 방패이자, 가장 부드러운 위로. 누구보다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존재, 그런 다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외부의 인정이나 칭찬이 없어도, 나는 나를 믿고 응원할 수 있다. 그것이 진정한 자존감이며, 삶을 견디는 힘이다.

“자신을 이긴 자가 가장 강하다.” 플라톤의 이 말처럼, 진정한 승리는 타인과의 싸움이 아니라 내 안의 혼란을 가라앉히는 데 있다. 세상의 소음 속에서 가장 조용한 목소리를 듣는 일, 그것이 곧 나를 지키는 시작이다. 그 목소리를 듣기 위해 나는 매일 나와 대화한다. 때로는 침묵 속에서, 때로는 눈물 속에서.

홀로 설 수 있을 때, 진짜 연결이 시작된다. 쇼펜하우어는 인간 존재의 고독을 피할 수 없는 본질로 보았지만, 나는 그 고독 속에서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외로움이 아닌, 나를 돌볼 수 있는 기회의 공간으로. 혼자 있는 시간은 나를 정비하고 회복하는 시간이다. 그 고요함 속에서 나는 나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흔들릴지언정 부러지지 않는 나무처럼, 나는 나를 지탱한다. 그 바람은 거셀수록 뿌리는 깊어진다. 삶의 풍랑 속에서 내가 찾은 닻은 곧 내 내면이다. “네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경구는 지금도 내 속을 맴돈다. 내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나는 내 그림자까지도 사랑해야 한다. 나의 어두운 면마저도 인정하고 끌어안을 때, 나는 진정으로 온전해진다.

누가 봐주지 않아도, 내 작은 변화에 박수를 보낸다. 오늘도 무너지지 않은 나에게 고마워하며, 내 마음의 작은 틈새에 빛을 비춘다. 그 빛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피어나는 것이다. 결국 가장 든든한 동행은 내 안에 있는 나 자신이었다. 나는 나의 가장 깊은 친구이자, 가장 강한 보호자다.

하루 끝, 조용히 커튼을 걷듯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말없이 견딘 시간들 속에서도 나는 나를 놓지 않았다. 그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 빈틈을 스스로 배우며 살아낸 오늘, 그 고요한 단단함이 나를 지키는 힘이 된다. 그리고 나는 그 힘을 믿는다. 내일도, 그 다음 날도, 나는 나를 지킬 것이다.

내 안의 고요는 폭풍을 이겨낸 자의 평화이고, 나를 지키는 힘은 결국 사랑으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