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대선기간이었던 5월28일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성평등은 통합과 포용, 지속가능한 사회를 실현하는 핵심가치라며 성평등가족부를 통해 불공정을 바로잡고 모두의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진작하는 컨트롤타워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추진한 윤석열 정부와는 반대기조라는 데서 일단은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우리나라의 성평등지수는 2023년 기준 146개국 가운데 105위로 OECD 최하위권이다, 성별임금격차는 31%로 OECD 평균의 세 배 이상 높다. 여성의 정치참여율이 낮고(여성국회의원 19%) 내각이나 고위공직에서의 여성 비중도 매우 낮다. 출생률은 또 어떤가. 올해를 기점으로 출생아 수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1.0을 밑돈다. 국민주권정부가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한 것은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시대가 부여한 역할을 이행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여성들은 국민주권정부에 세 가지를 시급한 과제로 제시했다.

젠더폭력 대응체계 마련과 여성노동정책 강화 그리고 성평등한 저출생 대책 마련이다. 길거리 폭행, 불법촬영, 교제폭력과 살인, 디지털 성범죄, 스토킹 범죄, 여성혐오 범죄가 끊임없이 뉴스에 올라오는 현실에서 젠더폭력에 적극 대응하는 조직개편은 필수적이다. 디지털 성폭력 전담기구 설치와 국가기관이나 사업장의 성차별·성희롱 사건을 조사할 수 있는 조사위원회 설치도 필요하다. 양성평등위원회를 강화해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부처가 협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초·중·고교 교육과정에서 민주시민교육을 필수교과로 채택해서 성평등 교육과 디지털·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해주길 기대한다.

우리나라 여성의 높은 학력수준을 고려할 때 남녀 간 임금격차는 지나치게 크다. 2024년 기준 여성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2만363원으로 남성 근로자(2만8천734원)의 70% 수준이다. 여성고용률 또한 OECD 평균(2023년 63.4%)에 못 미칠 뿐 아니라 여성의 비정규직 비중이 높고 육아 경력단절로 노동시장 재진입이 어렵다. 노동시장에서의 성평등은 사회적 공정성을 확보하는 가치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경제적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풀어야 할 과제다. 높은 학력수준과 능력을 갖춘 여성 인적자원의 낭비는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다.

다양한 가족에 대한 지원체계도 재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생률이 1.0도 안되는 현실에서 고전적인 의미의 가족만 고집하면 그야말로 우리나라는 소멸로 간다. 비혼동거가족, 비혼출산가족, 공동돌봄가족, 생활동거가족에 대한 지원이 법제화돼야 한다. 저출생대책도 삶의 질 향상에 목표를 두고 청년세대의 불안을 해소하면서 사회구조를 개선해 나간다면 느리지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본다. 행정이 국민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국민을 리드해 나가길 바란다.

코로나 펜데믹 시기에 여성가족부의 아이돌봄 정책은 단연 으뜸이었다. 돌봄이 중요한 코로나 상황에서 국가의 보호와 지원을 받고 있다는 효능감이 컸고 국민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아이돌보미 사업의 체계를 안정시키고 지원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성평등가족부의 과제다. 아이돌봄 신청가정에 대한 보조금 지원이 단일화돼야 한다. 출생률이 1.0도 안 되는 나라에서 소득 기준에 따라 지원금을 다르게 지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행정업무를 단순화시켜 민원을 없애고 효능감을 극대화시켜야 한다.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의 인건비를 사회복지사 인건비 체계로 맞추는 것도 급선무다. 새일센터의 일자리상담사, 여성폭력예방상담소의 상담사, 아이돌보미들의 인건비가 현실화 돼야 한다. 여성노동자들에게 더 이상 열정페이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

성평등가족부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주권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성평등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성평등정책의 로드맵’을 보여줘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정책 전반에서의 성인지적 관점과 성주류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회와 행정부, 여성단체가 벨벳삼각을 이뤄 성평등가족부를 성평등정책의 컨트롤타워로 탄생시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