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을 옹호해 물의를 일으킨 강준욱 국민통합비서관이 사퇴했으나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보수계 추천이 있었다며 자신이 깊이 사죄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경질할 뜻이 없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일각에서 이재명 정부 인사 검증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강 비서관은 불과 4개월 전인 올해 3월 펴낸 책에서 계엄을 민주적 폭거에 항거한 비민주적 방식의 야만으로 규정하고, 집권시 전체주의적 정권이 될 것이라며 이 대통령을 폄훼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아울러 2018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식민지 근대화론을 믿으며 강제징용이란 것을 믿지 않는다”는 글을 남겼다는 보도가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결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신정훈 국회의원(나주·화순)은 페이스북에 “빛과 촛불혁명, 그리고 민주공화국에 대한 모독”이라며 파면을 주장했다.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청래·박찬대 의원도 5·18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도’라고 거론한 것 등을 언급하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입장문을 통해 과거 대법원의 강제 동원 판결을 부정했다며 자격이 없다고 직격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논문 표절 등의 의혹에 휘말린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한 바 있다. 첫 낙마 사례였다. 대통령실은 이 후보자를 소개하면서 “국민추천제를 통해 다수 추천이 접수된 인물”이라고 밝혔었다. 반면 갑질 의혹으로 함께 거취가 도마 위에 올랐던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임명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야당 및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강 후보자가 현역 의원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국무위원 인선에 비서관 부적격 문제로 엎친데 덮쳤다. 불법무도한 내란세력을 뿌리뽑고 대한민국 정상화를 위한 출발선에 서 있다. 국정 운영의 성패가 달렸는데, 집권 초반 여론이 심상찮다. 통합과 포용의 취지도 십분 이해하나 국민 정서, 눈높이에서 벗어나면 용납될 리 만무하다. 검증 시스템에 대한 전면 재점검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요구에 귀를 열어야 할 것이다. 인수위원회 없이 세밀하게 살피지 못했던 실수였다고 해도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도덕성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국가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주권 확립을 위해 한 치의 티끌까지 절대 가볍게 봐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