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최대 600㎜ 이상의 ‘괴물 폭우’가 쏟아지는 동안 광주·전남 지역에서 발생한 사망·실종자가 호우 피해 집계에는 빠져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영암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전 11시50분께 영암군 시종면 한 하천에 A(50대)씨가 빠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 당국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A씨는 가족들에 의해 하천 밖으로 구조됐으나 심정지 상태였다. 병원으로 이송된 A씨에 대해 의료진은 익사 소견을 내렸다.

당시 A씨는 폭우로 하천에 떠내려간 양수기를 자신의 형과 함께 꺼내려다가 물에 빠진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

다만, 사망 이틀째인 전날 오후 6시까지 A씨는 행정안전부의 ‘국민 안전관리 일일 상황보고’ 상 호우 인명 피해에 포함되지 않아 의아함을 남긴다.

심지어 A씨가 사망한 날 순천만국가정원 근처 하천에서 실종된 B씨의 경우 실종자로도 분류되지 않아 현재까지 광주·전남 지역 호우 관련 인명 피해론 광주 2명(사망 1명, 실종 1명)만 집계됐다.

행안부를 비롯한 전국 지자체는 지침에 의거해 재난 상황에서 사망 등에 대한 귀책 사유가 본인에게 있으면 관련 피해로 보지 않고 있다.

이에 더해 A씨의 경우 사망과 폭우 간 연관성이 불명확해서, B씨는 통행 저지선을 넘어갔다는 이유로 집계에서 누락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귀책 사유를 논하기 전 이 같은 사고가 집중 호우가 아니었을 때 발생했다면 신속한 발견·구조 등의 조치로 사망까진 이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고 분석을 통한 재발 방지가 피해를 집계하는 이유 중 하나라는 대목에서 인정 범위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재난 상황 대응과 예방 조치에 문제가 없었다 하더라도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가 행정 기관 입장에선 엄청난 부담”이라며 “결론과 사안에 따라 사후 절차가 천차만별이고 민·형사 책임도 질 수 있는 만큼 관련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속사정을 털어놨다.

이를 방증하듯 이달 초 폭염 경보가 발령된 곡성에서 밭일을 하다 쓰러져 숨진 80대 여성도 현장 의료 지도 결과 열사병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이 나왔지만, 응급실 진료나 사체 검안 등 ‘인정 필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온열질환자로 집계되지 않았다.

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폭염과 호우 등 재난으로 인한 실제 사망자와 통계상 수치가 일치하지 않을 거란 예상과 지적은 오래 전부터 제기된 문제”라면서 “현황 파악이 정확히 이뤄져야 문제에 대한 개선책을 찾을 수 있는 만큼 보완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경찰과 소방 등 구조 당국은 아직 발견되지 못한 광주·순천 지역 실종자 2명에 대한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