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폭우로 광주 도심이 초토화된 가운데서도 광주시의회가 감투싸움을 벌이고 있다. 일상이 마비돼 고통받는 시민들을 외면했다. 비판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틀째 집중호우가 계속된 지난 18일 오전 제334회 임시회 6차 본회의가 지연된 사정이 있었다. 다름 아니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구성을 놓고 옥신각신한 때문이다. 결국 9명의 위원이 선임되긴 했지만 어수선했다. 방청객에 대한 안내 방송조차 없이 본회의는 1시간 여 미뤄졌다.

광주·전남지역에는 최대 600㎜ 이상의 기록적인 장대비가 퍼부었다. 4명이 숨졌거나 실종됐다. 주택·농경지 침수 등 재산 피해도 1천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재민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곧바로 이어진 폭염에도 불구하고 민·관·군이 즉각적인 복구에 총력전으로 나서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지시로 조속하게 특별재난지역 선포도 추진된다.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직접 북구 신안동 일대 등을 둘러보고 모든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다독였다. 강기정 광주시장으로부터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건의받은 김 총리는 “현장에서 답을 찾고 지역 실정에 맞는 맞춤형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역대급 재난 극복을 위해 국가적 자원을 투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광주시의회의 추태가 알려졌다. 광주시 예산안을 최종 조정하는 핵심 기구인 예결특위 참여를 위해 혈안이 됐으니, 그 누군들 곱게 볼 리가 없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구 챙기기가 도를 넘어섰다. 제각기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안하무인이다. 오죽하면 고질적 구태라고 하겠나. 일부 의원들 사이 “의회 밖은 아우성인데 뭐하는 것이냐”며 자성을 촉구했다고 한다. 광주시의회가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청하는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기상관측 이래 역대 최고 일 강수량을 기록한 폭우가 도심을 집어삼켰고 삶터는 폐허로 변했다”며 “생활 터전이 송두리째 무너진 시민들에 대한 도움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지역사회의 여론에 떠밀린 시늉내기는 아닌지 의문까지 들고 있다.

신수정 의장은 본회의 폐회사에서 “시민 안전과 민생 회복을 최우선으로 수해 복구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하고 나섰다. 민의를 대변해야 할 지방의회의 본분을 망각하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