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광주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서의 1년 임기가 지난 6월로 종료됐다. 위원장으로 일하는 동안 윤리특위의 공정성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변화를 시도했으나 제도의 한계와 현실의 벽도 분명히 존재했다.

대표적으로 광주시의회의 회의규칙을 개정해 ‘징계 요구·회부 기한’을 기존 5일에서 10일로 연장했다. 지나치게 촉박한 기한으로 인해 윤리규정 위반 의원의 징계가 무산되는 문제를 일부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다. 또한,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해촉 근거를 명확히 하는 규칙 개정도 추진했다.

하지만 필자가 추진하고자 했던 더 본질적인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바로 의회의 ‘공개회의에서의 사과’ 징계 규정이다.

현행 지방자치법(국회법 동일)은 의원 징계 유형을 ▲공개회의에서의 경고 ▲공개회의에서의 사과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제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중 ‘공개회의에서의 사과’는 헌법 제19조가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

필자는 이 사안의 법적 검토를 위해 다수 헌법학자들의 자문을 구했고, ‘공개회의에서의 사과’ 조항은 과잉금지원칙 위반, 양심의 자유 침해 등 위헌 요소가 크다는 공통된 의견을 받았다.

‘양심의 자유’는 단순히 마음속 생각의 자유에 그치지 않는다. 개인이 내면의 신념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까지 포함한다. 그런데 ‘공개회의에서의 사과’는 단순한 권고가 아닌, 징계로서 강제성을 갖기 때문에 부작위(행동하지 않을 자유)에 의한 양심 실현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 특히 해당 징계가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강제되는 순간, 심각한 헌법적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공개회의에서의 사과’ 규정의 위헌성이 드러난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과거 ‘사죄광고’와 관련해 위헌성을 인정한 바 있으며, 미국 연방대법원도 이와 유사한 사안(강제 발언)에서 반복적으로 위헌성을 인정해왔다. 실제로 미국 의회는 ‘공개회의 질책(censure)’ 제도는 활용하지만, 강제 사과는 법적으로 채택하지 않는다. 반면 한국의 국회와 지방의회는 여전히 국민의 대표기관 내부에서조차 헌법상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는 규정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인은 공인이다. ‘공개회의에서의 사과’라는 징계가 국민적 요구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그 명분 뒤에 헌법적 가치 침해가 숨어 있는지를 성찰하는 것은 입법기관의 기본 책무다. 일각에서는 공무를 수행하는 공인의 지위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하는 수범자의 위치에 있으므로,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는 본질을 오해한 주장이다. 징계의 대상이 되는 순간, 해당 개인도 기본권의 주체로서 보호받아야 한다.

문제는 지방의원, 나아가 국회의원 스스로 이 규정을 고치기엔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현실이다. ‘중이 제 머리를 깎을 수 없다’는 말처럼, 제도 개선의 길은 험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최근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반헌법적 계엄 선언 사태를 겪으며, 국가적 위기 속에서 헌법의 가치와 원칙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확인했다. 헌법 개정도 주요 사회적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본권인 ‘양심의 자유’가 의회 내부에서 침해당하는 현실을 방치할 수는 없다. 입법기관 내부의 위헌 요소를 외면하면서, 누가 헌법 수호를 말할 수 있겠는가.

필자의 윤리특위 위원장 임기는 끝났지만, 근본적인 헌법 침해 요소를 바로잡기 위한 논의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공개회의에서의 사과’ 조항의 위헌성 문제는 결코 개인의 일탈을 옹호하는 차원이 아니다.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헌법의 원칙을 바로 세우는 문제다.

필자는 이 사안을 더 많은 시민, 법조계, 정치권의 공론에 부치고, 입법 청원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의회가 헌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시민 앞에 떳떳할 수는 없다. 입법기관 스스로 헌법을 지키는 일, 바로 이런 작은 규정을 바꾸는 것에서 부터 시작해야 한다. 시민과 법조계, 정치권의 폭넓은 논의와 지지를 요청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