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력 넘치는 자연과의 교감을 시각화해 온 사진작가 이정록이 올해 신작을 들고 돌아왔다. 이번 전시는 그가 새롭게 시도한 ‘식물의 향기’를 주제로, 감각의 경계를 확장한 실험적 작업 14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수년간 이어온 로케이션 헌팅과 야간 촬영 방식에서 더 나아가, 이번에는 ‘향기’라는 보이지 않는 요소를 사진이라는 시각적 매체에 담아냈다.

작가는 수년간 이어온 로케이션 헌팅과 야간 촬영 방식을 넘어 이번에는 지속광 조명을 활용해 자연이 내뿜는 생명력을 한층 섬세하게 포착했다.

순간광 대신 색을 머금은 지속광을 사용한 이번 작업은 풍경 위에 은은하게 감긴 빛을 통해 향기와 기운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자연과 인간의 교감, 생명체 간의 소통 방식을 탐색해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선 식물이 특정 화학물질을 통해 주변 생명체와 소통한다는 과학적 사실을 기반으로, 후각과 감성의 접점을 작품화했다. 이는 관람자가 사진을 통해 향기를 ‘느끼는’ 감각적 체험을 유도한다.

촬영 과정 역시 변화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시골로 작업실을 옮긴 그는, 작업실 인근 자연을 수년간 관찰하며 짧게는 1시간30분, 길게는 4시간 넘게 로케이션을 반복했다. 특정 장소를 오랜 시간 관찰하고, 그곳의 다양한 얼굴을 이미지로 중첩하는 방식은 작가 특유의 ‘관찰자적 시선’을 깊이 있게 담아낸다.

이정록 작가는 “식물의 존재는 빛을 입힌 향기와도 같았다”며 “그들이 내뿜는 존재의 향기를 채색을 통해 시각화하는 작업은 곧 우리의 소중한 만남을 기록하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전시는 오는 26일까지 서울 갤러리 나우(강남구 언주로 152길 16)에서 열린다./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