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유통업체들이 ‘초저가’ 전략을 펼치고 있다.

가격을 기획의 출발점으로 설정해 상품 설계와 유통 구조까지 재편하면서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1천원 이하 상품 라인업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여름철 수요가 높은 음료를 타깃으로 아메리카노 2종을 얼음컵 포함 990원에 출시했다. 시중 커피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또 저당 아이스크림을 800원에 선보이며 단가를 기존 대비 70%가량 낮췄다. 앞서 CU는 올해 초 990원 삼각김밥과 핫바를 연이어 출시했다. 특히 990원 핫바는 출시 한 달 만에 50만개가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GS25 역시 초저가 상품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자사 PB상품인 ‘리얼프라이스 닭가슴살’은 기존 2천300원에서 1천800원으로 가격을 21.7% 인하한 이후 매출이 전년 대비 최대 370% 급증했다.

이마트24는 ‘상상의 끝’ 프로젝트를 통해 10년 전 가격인 900원 삼각김밥, 20년 전 가격의 2천900원 짜장면을 출시했다. CU는 990원 삼각김밥을 지난해보다 10원 더 싸게 내놓았고 880원 컵라면과 290원 캡슐커피 등으로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초저가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230㎖ 아메리카노를 800원에 출시하며 프랜차이즈 커피 대비 40% 저렴한 가격으로 차별화했다.

대형마트 역시 발 빠르게 대응 중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2월 미국·캐나다산 삼겹살과 목심(100g)을 행사카드 결제 시 890원에 판매했다. 창사 이래 처음 선보인 800원대 삼겹살이다. 이마트는 수입 삼겹살(100g)을 779원, 국내산 1등급 삼겹살을 966원에 내놓으며 최저가를 갱신했다. 홈플러스도 창립 기념행사를 통해 삼겹살(100g)을 790원부터 판매하고 멤버십 추가 할인을 제공했다.

비식품 부문에서도 초저가 흐름은 확산 중이다. 이마트는 최근 5천980원짜리 위스키 ‘저스트 포 하이볼’을 출시했다. ‘식당 소주 한 병 가격의 위스키’를 콘셉트로 하이볼 전용 저가 위스키 수요를 공략한 전략이다. 용기는 유리 대신 페트병을 사용해 제조원가를 낮췄다.

이마트는 LG생활건강과 협업해 4천950원 균일가 스킨케어 라인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도 출시했다. 포장을 단순화하고 AI를 활용해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한 이 제품은 출시 두 달 만에 3만2천개가 판매되며 전체 스킨케어 매출을 2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가성비를 넘어 ‘가격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시대”라며 “상품 설계 초기 단계에서부터 초저가를 전제로 한 전략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을 우선 고려해 제품을 기획하는 방식은 위스키를 비롯해 식품, 생필품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는 추세로 이윤을 최소화한 초저가 상품 전략은 단기 매출 뿐 아니라 장기 고객 유입에도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정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