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현장에서 크게 다친 20대 근로자 정모(25)씨의 가족이 사측의 무책임한 대응에 분통을 터뜨렸다.

정씨의 가족은 22일 본보와 통화에서 “이번 사고로 아이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졌는데도 회사 측은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정확한 사고 원인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며 “공장 책임자 누구도 찾아오지 않았고 인사팀장이 산재 처리만 진행했을 뿐”이라고 토로했다.

해당 공장에서 일한 지 3년째인 정씨는 정련반에서 고무 반죽 공정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당시 정씨는 불길을 피해 대피하다 크게 다쳐 출동한 소방대원에 의해 화재 발생 1시간48분여 만인 오전 8시59분께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재 광주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그는 흉추, 요추, 천추 다발성 골절과 척수 손상, 경막하 뇌출혈 진단을 받았으며, 폐 일부 손상과 하반신이 마비된 상태다. 병원 측은 회복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씨의 가족은 “병원을 서울로 옮기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아무런 협조가 없었다. 협력센터에 찾아가도 사측은 나서지 않고 ‘도움을 주겠다’는 말뿐이었다”며 “(정씨는)지금 본인의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고 ‘치료하면 걸어서 나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당분간 면회도 시키지 않으려 한다”고 울먹였다.

이어 “지난해 남편을 보내고 막내아들 하나만 바라보고 살았는데 회사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 혼자라서 이런가 싶은 생각도 들고 그게 더 분하다”며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답답하다. 치료라도 제대로 받게 해주고 싶은데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현실이 괴롭다”고 말했다.

끝으로 정씨의 가족은 “(정씨는)단지 한 명의 직원이 아니라 청춘을 시작한 청년이자 한 가족의 소중한 일원”이라며 “사측은 책임 있는 사과와 정확한 사고 경위 공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 17일 오전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정씨를 비롯해 소방대원 2명이 진화 과정에서 다쳐 총 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