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그림은 기본적으로 생명과 삶에 바탕을 두고 있어요. 생명체가 자라나고 소멸하고 다시 태어나 뭉치는 일련의 과정을 그림으로 표현해보려 했어요. 옛날에 유행한 노래며 문득 스친 따스한 햇볕,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와 냄새가 제 기억 속 선명히 각인돼 있어요. 특유의 향기와 색을 캔버스 위에 펼쳐내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광산구 작업실에서 만난 우서인 작가는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미술대를 졸업한 이후 30여 년 간 전업작가로 활동해온 그는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감정적인 울림을 주는 추상화를 통해 삶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때, 그림을 그리며 문득 바이러스에 주목하게 됐어요. 그리고 모든 생명체의 근본에 대해 생각하게 됐죠. 바람과 물 등 세상의 다양한 요소와 부닥치며 어떤 꿈틀거리는 게 생겨났을 테고 그러한 것들이 모여 하나의 생명으로 태어났을 거라고 생각했죠. 실오라기 한 올 한 올을 일일이 그려내며 마치 수행하듯 작품을 완성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완성된 ‘생명 공간속으로’ 시리즈는 마치 세포의 분열 과정 내지는 꽃봉오리를 틔워내는 식물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생명 공간속으로’

‘류(流) 시선 A-4’

꿈속에서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것들, 시선 끝에 머무는 삶의 이야기들은 작가 스스로의 내면과 수많은 감정을 오롯이 드러내고 있다. ‘류(流) 시선’ 또한 그러한 작가의 의도를 담아낸 연작이다.

대학 시절부터 구상보다는 추상 그림을 먼저 시작했다는 작가는 사람들의 아픔, 고뇌, 쓸쓸함 등 사람들의 내면을 다룬 그림을 통해 이들을 위로해주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추상은 보는 사람이 생각하는 그대로가 정답이라고 봐요. 너무 어렵게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연작을 해오고 있지만, 결국 제 작업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 기본적으로 삶 그 자체를 의미해요. 이제까지 모든 사람들에게 전하는 위안의 메시지를 표현하려 했다면 이제는 세대든, 어떤 직종의 사람이든 한 개인에 초점을 맞춰 작품을 제작해보려 합니다.”

그는 표현 방식 또한 다소 실험적이다. 연탄재를 잘게 부수고, 물감 위에 올려 풀밭을 표현한다든지 풍선을 사용해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내는 등 재료와 기법의 다양성을 끊임없이 시도 중이다.

작가는 다음달 3일부터 16일까지 양림동 갤러리S에서 첫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그간 단체전 등 여러 사람과 함께한 전시 경력은 있지만, 오롯이 자신의 작품만을 선보이는 자리는 처음이다.

“전시 주제는 ‘시선을 그리다’예요. 작가의 시선에서 삶의 청춘을 바라본다는 의미를 갖고 있어요. 화사한 봄 분위기에 맞는 ‘청춘’ 시리즈 등 20여점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다소 늦은 나이에 갖는 첫 개인전이지만, 이번 전시를 계기로 작가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싶어요.”

‘청춘A-3’

‘별을 찾아서 2’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