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4일 재외한인학회(회장 임영언 교수) 주최로 일본 오사카 역사박물관 대강당에서 개최된 추계 공동국제학술대회에서 논문 발표와 좌장으로 참여했다.

논문 ‘재일동포 신한은행 창립자 이희건 회장의 조국애와 메세나 정신’(공동저자 이향희·강덕균)에서 일제 식민지 차별과 경제적 고난을 이겨낸 재일동포 기업가이자 금융인 이희건(李熙健) 회장의 삶을 조명했다.

이번 학회에서 재외동포청과 일본 현지 우대식 영사(주오사카 대한민국총영사관), 김명홍 단장(재일본대한민국민단 오사카지방본부), 박충홍 이사장(NPO법인 오사카 왔소 문화교류협회), 신경호 이사장(학교법인 가나이학원)이 참여하고 후원 및 협찬단체로 개최를 지원했다.

이번 학술대회를 계기로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재일본관서지역 전남도민회장으로 활동하며 고향사랑을 실천한 박충홍 회장의 삶과 경영철학을 조명한다./편집자주

‘사천왕사 왔소’ 축제 홍보자료.

◇박충홍 이사장은

필자는 국제학술대회 오사카 개최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박충홍 이사장과의 만남으로 트러스트(Trust) 그룹을 일군 창업정신, 고향과 조국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박 이사장은 1943년생 간사이(관서)대학을 졸업한 재일동포 2세 기업가이자 금융인으로 고등학교 졸업 후 1961년 재일교포 민족금융기관인 신용조합 오사카 흥은에 입사해 2000년 퇴직할 때까지 39년간 근무했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대표이사와 부이사장의 직을 수행해 재일동포의 경제기반을 강화하는 노력을 경주해 왔다.

트러스트 그룹 홍보자료.

그 후 2002년 직장 동료와 자본금 1천만엔으로 기업 재생의 전문 컨설턴트 회사인 주식회사 트러스트 파트너스를 설립, 올해로 창업 22년이 된다. 창업 후 오사카 한국 상공회의소의 상담역을 맡아 2007년부터 재일한국상공회의소의 감사, 부회장을 거쳐 2011년 동 회의소 제9대 회장에 취임해 2016년 퇴임할 때까지 5년간 회장직에 있으면서 조직을 일반 사단법인으로 전환했고 퇴임 후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외식업(일식집, 스시점, 야키니쿠점 등)을 기반으로 약 30개 점포를 경영하며 부동산 임대업 등 9개 회사로 직원 수 600여명의 트러스트 그룹을 경영하고 있다.

재외한인학회 공동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한 박충홍(아래 왼쪽부터 여섯번째) 이사장

◇부친의 말씀, 살아가는 원동력

지난 9월25일 엘오사카 회의실에서 진행한 박충홍 이사장과 재외한인학회 임영언 회장의 인터뷰에 따르면 부친은 1920년대 10대 후반에 전남 강진군 성전면에서 일본으로 건너와 아내를 고향에서 불러들여 나라현 야마토코리야마시에 정착했다. 소규모 쌀농사로 넉넉하지 않지만 5남매 가정을 꾸렸고, 성실했던 부친은 농기구가 없던 시절에 하루 종일 논밭을 일구며 재일동포 조직인 한국 민단의 지부 단장을 오랫동안 맡았다. 특히 부친은 장남인 박 이사장에게 “남에게 욕을 먹을 일은 결코 해서는 안 되고 남에게 칭찬받는 훌륭한 사람이 돼라”고 늘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제 이름의 충(忠)은 거짓 없는 마음으로 성실을 뜻하고, 홍(弘)은 크게, 넓게 발전하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제가 성실하게 크게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충홍(忠弘)으로 명명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 회상해 보면 부친의 말씀과 살아온 모습을 본받아 정직하게 살고 사회에 공헌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힘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반기, 금융인의 삶

전반기 박충홍 이사장은 금융인의 삶을 살아왔다. 1961년 오사카 흥은에 입사해 1982년 이희건 회장의 신한은행 창립을 도왔고 1990년대에 일본의 거품경제 붕괴로 기업이 도산하는 사태에서 오사카 흥은이 긴키권(오사카도시권) 재일동포 금융기관인 고베 상은, 시가 상은, 와카야마 상은, 나라 상은을 구제 합병해 1993년 간사이 흥은으로 재탄생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으로 한국계 신용조합 1위 간사이 흥은도 2000년 12월 파탄처리로 오사카 흥은이 설립된 지 45년 만에역사의 막을 내렸다.

◇후반기, 기업인의 삶

후반기는 기업인의 삶을 살아왔다. 2000년 간사이 흥은이 파탄해 대다수 간사이 지역의 상공업자들이 자금조달 부족으로 문을 닫는 상황에서 박 이사장은 지금까지의 경험과 전문 지식을 곤란한 경영 상황에 있는 재일상공인들의 사업 재생에 유용하게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2002년 사업 재생(turnaround)의 컨설턴트 회사를 창업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박 이사장의 창업과 사업을 지속해온 원동력은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사업의 미션(목적)과 비전(목표)을 확실히 가지고 그 실현을 진심으로 염두에 두고 누구에게도 지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기업가의 마음가짐을 소니의 재생을 이룬 히라이 가즈오(平井一夫) 회장이 언급한 “우선은 성공한 상태를 이미지하고, 그 상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역산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박 이사장은 기업 창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요소로 “사업은 시장에서 지식이라는 자원을 경제 가치로 전환하는 과정이다”는 피터 드러커의 말을 인용해 “지식이 가장 큰 경영자원이기 때문에 사업을 시작한다면 관련된 지식의 습득과 지속적인 학습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사업의 테마로 하는 것이 성공으로 연결되는 큰 요소의 하나다. 잘하는 것을 테마로 하는 것은 자신의 강점을 살려 전문성과 경쟁 우위가 강한 사업 전개가 가능하고 좋아하는 일과 열정을 가지고 임하는 일이라면, 장기적으로 계속 노력하는 에너지가 생긴다. 자신의 열정과 스킬을 시장의 요구와 일치시킬 수 있다면 더 큰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는 “인생의 최고의 행복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나 잘하는 것에 도전해, 그 결과로서 성공을 거둬 자신의 안정된 생활을 쌓는 것과 동시에,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은 사업이 영속되는 첫 단계는 망하지 않는 것이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항상 충분한 자금의 여유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창업은 큰 목표를 가지고 있더라도 작은 투자부터 시작해서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하면서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는 “창업 초기에는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작은 단계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재일본관서지역 전남도민회장 역임

박 이사장은 고향사랑의 인연으로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재일본관서지역 전남도민회장을 맡았고 2023년 도민회 50주년 기념으로 전남도립국악단을 초청해 1천명이 참가한 기념공연회를 개최했다. 현재는 도민회 명예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국사랑으로 2003년 NPO 법인 오사카 왔소 문화교류협회의 이사장에 취임해 매년 11월의 첫째 주 일요일에 난바 미야자키 공원에서 개최되고 있는 ‘사천왕사 왔소’ 축제 실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축제는 1990년에 시작돼 고대 한반도 국가들과 일본의 교류를 재현하는 오사카의 축제로서 개회식에서 한국 대통령과 일본 총리의 메시지로 양국의 우호 친선에 공헌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평소 젊은이들과 대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가짐을 힘줘 말했다.

“젊은이들이 인생의 큰 목표를 가졌으면 한다. 목표가 없으면 성공은 없으며,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실현해야 하며, 거기서 중요한 것은 일을 해내는 투지와 기개(grit)로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는 끈기(resilience), 기력이나 용기(guts), 스스로 목표를 찾는 자발성이다.” /김일태 전남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