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하는 영광·곡성군수 당선자 10·16 재보궐선거가 치러진 16일 오후 영광군수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장세일 후보(사진 上)와 곡성군수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조상래 후보(사진 下)가 각각 선거사무실에서 지지자들의 축하를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김애리 기자·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0·16 영광·곡성군수 재선거에서 ‘텃밭 사수’에 성공했지만 민주당의 변화가 절실하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과거 선거 때마다 ‘그래도 민주당 밖에 없다’는 지역 정서는 옛 말이 되면서 타 정당으로의 지지율 분산이 뚜렷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이 이번 재선거 결과에도 불구하고 반성이나 쇄신의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경우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지역 민심 이반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0·16 재선거 개표를 마무리한 결과, 전국의 이목이 집중된 영광군수 재선거에서는 민주당 장세일 후보가 1만2천951표(41.08%), 진보당 이석하 후보가 9천683표(30.72%), 조국혁신당 장현 후보가 8천373표(26.56%), 무소속 오기원 후보가 512표(1.62%)를 각각 득표했다.

민주당 후보는 과반을 넘기지 못한 반면, 진보당과 혁신당 후보의 지지율 합계는 57.28%로 과반을 훌쩍 넘겼다. 민주당에 대한 지역 내 부정적인 민심이 그대로 투영됐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곡성군수 선거에서도 민주당 조상래 후보가 55.26%(8천706표)로 과반을 넘었지만 혁신당 박웅두 후보가 35.85%(5천648표)를 득표해 민주당을 상대로 한 혁신당의 경쟁력이 확인됐다.

이번 재선거 결과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중앙당 차원의 총력전 끝에 신승한 영광을 지역구로 둔 4선의 이개호 국회의원(담양·함평·영광·장성)은 “타성에 젖어 있는 민주당이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경고가 작동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영광군수 재선거 대책위원장으로 선거를 진두지휘한 5선의 박지원 국회의원(해남·완도·진도)도 “국회의원과 단체장, 지방의원 모두 치열하게 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승리했지만 회초리를 맞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역 정가와 지역민들은 민주당에 대한 민심 이반이 오래 기간 축적된 실망이 표출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총선·지방선거 등 매 선거 때마다 민주당의 불공정 공천 문제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데다, 존재감 없는 지역 정치인들에 대한 불만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혁신당과 진보당이라는 대안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10·16 재선거에서 확인된 지역 민심이 2026년 지방선거가 본격화되는 시점을 전후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지금이야 말로 민주당이 텃밭 광주·전남에서 변화하기 위해 몸부림쳐야 할 시점”이라며 “과거처럼 말 뿐인 반성과 쇄신은 지역민들이 결국 새로운 대안을 찾게 만드는 기폭제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