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와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강은 1970년 광주 북구 중흥동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의 영향으로 어렸을 적부터 자연스럽게 책과 문학을 접했다.

그는 광주 효동초에 재학하던 중 가족을 따라 서울로 이사했다. 서울 풍문여고와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한강은 잡지사 ‘샘터’에서 기자로 근무하며 1993년 계간 ‘문학과 사회’에 당선돼 시인으로 먼저 등단했다. 이듬해에는 단편소설 ‘붉은 닻’으로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되면서 소설가로서의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이후 ‘여수의 사랑’, ‘검은 사슴’, ‘내 여자의 열매’, ‘그대의 차가운 손’, ‘바람이 분다 가라’ 등 다양한 장편 소설과 소설집을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이상문학상, 동리문학상,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김유정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한국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소설가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았다.

한강의 작품은 죽음·폭력 등 인간 본연의 존재에 대한 성찰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평을 받는다. 대표작으로는 ‘채식주의자’(2007), ‘소년이 온다’(2014), ‘흰’(2016), ‘작별하지 않는다’(2021) 등이 있다.

2007년 출간된 ‘채식주의자’는 ‘몽고반점’, ‘채식주의자’, ‘나무 불꽃’ 단편 세 편으로 연결된 연작소설이다. 주인공 영혜가 고기를 먹지 않으려는 행위는 가부장적 체제에 대한 저항으로 해석된다. 2016년 세계 3대 문학상인 영국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18년에는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을 받으며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1년 장편소설 ‘희랍어 시간’은 2017년 프랑스 메디치상 외국문학상 부문 후보로 오른 작품이다. 말하는 능력을 잃은 한 여성과 고대 그리스어 선생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여성으로서의 삶을 구체적이고 강화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2014)는 한강 작가가 나고 자란 광주의 5·18민주화운동을 다룬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야기는 1980년 5월을 배경으로 참혹했던 그날의 기억을 소환해낸다. 노벨위원회는 이 작품에 대해 “죽은 자의 영혼이 육체에서 분리돼 자신의 소멸을 목격하게 하는 독특한 방식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한강의 시선은 광주 5·18로부터 제주4·3 사건으로 옮겨간다. 작품 ‘작별하지 않는다’(2021)는 소설가인 주인공 경선과 그의 친구 인선, 인선의 어머니인 정심. 세 여성의 시선으로 4·3의 비극을 풀어낸다. 이 작품은 2023년 프랑스에서 ‘불가능한 작별’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으며, 그해 프랑스 4대 문학상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한편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하며 “그의 작품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가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