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소년의 대표 제품인 ‘12가지 맛 구슬 양갱’. 생과일을 갈아 넣어 특별한 색과 맛을 낸다.

지난해 기존의 5배 규모로 확장 이전한 자체 제조 공장에서 직원들이 양갱을 포장하고 있다.

“명확한 스토리와 정체성을 가진 ‘나만의 아이템’을 찾아보세요.”

MZ세대를 중심으로 국내 디저트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2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조5천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디저트 시장은 2022년 12조4천억원 규모로 비약적으로 증가했으며 매년 1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체 간 경쟁도 심화되는 가운데 광주 광산구 1913송정역시장 내 위치한 양갱 판매업체 ‘갱소년’은 탄탄한 브랜드 스토리와 젊은 세대를 겨냥한 이색 양갱으로 지역은 물론 전국적인 유명세를 얻고 있다.

올해로 9년 차 사업가에 접어든 선지혜(35·여)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창업 시장에 뛰어들게 됐다. 2015년 겨울에 신문을 읽던 중 쇠퇴해가는 송정역전매일시장(현 1913송정역시장)을 살리기 위해 청년 상인을 모집한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평소 창업에 관심이 있었던 선 대표에게 ‘지키기 위한 변화’라는 명확한 슬로건으로 재탄생하는 전통시장은 매력적인 사업장으로 다가왔다. 36명의 청년 상인 중 1명으로 선정된 선 대표는 2016년 4월 몸과 마음이 젊어진다는 의미를 담은 ‘갱소년’을 열었다.

선 대표는 1913송정역시장의 특색에 맞는 아이템을 고민하다 송정역전매일시장에서 팥 양갱 같은 간식을 팔았다는 기록을 발견했고 양갱을 젊은 세대의 입맛에 맞게 개발하면 스토리를 담아낸 개성적인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갱소년은 별도의 마케팅없이 문을 연 지 두 달여 만에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다. 당시 전국 최초 양갱 전문점이었던 갱소년이 TV 프로그램 ‘수요 미식회’에서 맛집으로 소개된 것이다. 방송 이후 선 대표가 출근하기 전부터 가게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고 양갱은 점심이 되기 전 매진되기 일쑤였다.

대표 제품인 동그라미 모양의 과일 양갱부터 4계절을 담은 무등산 양갱까지 약 200만개(2022년 기준) 이상이 팔렸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약 5억원으로 타지 고객이 80% 이상을 차지하며, 광주에 오면 꼭 구매해야 할 디저트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최근에는 잼으로 대용이 가능한 슬라이스 양갱과 쑥떡, 고메버터, 팥 양갱을 넣은 모나카 등 일상에서 식사 대용으로 접할 수 있는 제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팥 양갱은 단백질 함량과 포만감이 높은 비건(Vegan)식이기 때문에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

초기 자본 2천만원으로 시작한 갱소년은 지난해 자체 공장을 확장 이전했으며 수천 명의 경쟁률을 뚫고 중소벤처기업부의 ‘강한소상공인’ 사업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올해에는 매장 리모델링을 완료했고 제품 라인업을 통해 B2B 거래, 해외 진출도 바라보고 있다.

성공의 이면에는 위기를 기회로 극복한 과정들이 있었다. 2018년부터 운영해 온 제조 공장에서 나가야 할 상황에 처했고 방법을 찾다가 기존의 5배 규모인 HACCP 인증 공장으로 이전하게 됐다. 사옥을 짓기 위해 매입한 밭이 자금 부족으로 무용지물이 되자 원물인 팥을 생산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했다.

선 대표는 “기존 공장을 계속 사용할 수 있었다면 더 좋은 장소로 이전하지 못했을 것이고 사옥을 지을 만큼의 자본이 있었다면 수급이 불안정한 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매 순간 마주하는 위기 상황들을 극복하는 것이 사업을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선 대표의 최종 목표는 갱소년을 글로컬(Glocal)한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다. 송정역 시장이라는 뚜렷한 지역성을 갖고 시작한 사업장을 전 세계의 전통 시장에서 선보이는 날을 꿈꾸고 있다.

그는 “9년간 사업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주변에 좋은 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수많은 실패를 겪었던 양갱 제조에 큰 도움을 준 분이 계시고 오랫동안 함께 해 온 시장의 상인분들을 비롯해 광주라는 지역, 송정 시장에 담긴 역사, 사업 파트너, 고객 등 모든것이 시너지를 내는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유행을 따라 창업하기보다는 명확한 스토리와 정체성을 가진 아이템을 발굴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며 “수많은 사업장 중 꼭 우리 가게에 와야 하는 이유, 멀어도 찾아와야 하는 이유를 만들지 못한다면 성장의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이어 “일단 시작해서 부딪혀 본다는 생각보다는 창업하려는 분야와 관련해 최소한 20권 이상의 책을 읽고 시작했으면 좋겠다”며 “초기에는 1인 사업자인 경우가 많아서 하나부터 열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데 기획, 마케팅 등 전 분야에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춘 뒤 시작하면 단단한 코어의 힘으로 건강한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정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