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미술품을 만나볼 보기 드문 기회가 열렸다. 도심 한복판에서 수준높은 문화 여행을 하며 잠시라도 푹푹 찌는 폭염을 이겨낼 수 있다. 광주시민들이 이건희컬렉션 ‘피카소 도예’전을 주목하는 것이다.

여인 형상을 한 물병, 새 그림이 그려진 주전자, 사람 얼굴로 가득 찬 접시까지, 거대한 신전을 연상케 하는 백색 전시장에 100여 점의 각양각색 도자들이 화려한 모습을 드러냈다.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 거장 피카소의 도예는 뛰어난 조형미를 자랑하며 역동적이다. 2021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족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112점 가운데 107점이 복합전시 4관에서 9월까지 대중에 선보이고 있다. 구성은 여인과 신화, 동물, 올빼미, 얼굴, 투우 등 9개 주제의 섹션으로 이뤄졌다.

특히 피카소의 여인에 눈길을 사로잡힌다. 그의 뮤즈인 자클린 로크를 모델로 한 물병과 화병, 도조 작품들이 그것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지혜를 상징하는 ‘올빼미’에 대한 특별한 애정에서 보듯 ‘여인의 얼굴을 한 올빼미’, ‘어린 올빼미’ 물병 등도 이채롭다. 넓은 공간을 활용, 현대식 신전과 같은 구조물 위 작품 하나하나가 돋보이게 배치돼 관람 편의성을 향상한 연출 또한 돋보인다. ACC가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진행한 순회전으로 지난해 국립미술관 청주관에 이은 두 번째다. 국립미술관의 우수한 콘텐츠를 가까이서 감상하도록 기획돼 의미를 갖는다. 여름방학을 맞아 어린이 및 가족 단위 방문을 고려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글 해설도 곳곳에 마련했다.

파블로 피카소는 스페인 태생이지만 프랑스에서 활동했다. 입체주의를 대표한 인물로 회화 외에도 조각과 판화, 도예 등 다양한 영역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 20세기 예술 전반에 혁명을 일으키며 미술사의 흐름을 바꾼 천재 화가가 만든 거대한 상상의 공간이 광주에서 펼쳐진다. 감히 비교불가의 전시회로, 문화수도의 위상을 제고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시민들은 인류에 남긴 위대한 유산에 몰입할 더없이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