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북 구미 초등학교 스쿨존 횡단보도에서 등교 중이던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공사장 덤프 트럭에 치여 중상을 입은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횡단보도에는 인근 공사장의 수신호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발생해 더 마음이 아팠다. 지난 2019년 어린이 보호구역 내 과속카메라 및 방지턱 설치를 의무화하고 위반 시 처벌을 강화하는 ‘민식이법’과 주차장 내 운전자 안전 의무와 주차장 관리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하준이법’은 안타까운 사고로 숨진 아이들의 이름을 딴 ‘어린이생명안전법안’ 중 일부다.

필자는 학교 앞 교통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녹색어머니회원으로 초등학교 6학년, 4학년, 2학년 학생을 키우고 있는 엄마이기도 하다. 민식이와 하준이 같은 또래의 아이를 키우며 어린이 대상 등하굣길 교통 안전 봉사를 하는 한 사람으로 매일 뉴스를 통해 듣게 되는 교통사고 소식은 마음을 한없이 무겁게 한다. 동시에 이런 사건을 접할 때 마다 나는 내 아이들의 건강권과 내가 태어나고 자란 전남의 열악한 의료 인프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전남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지역이다. 나도 그렇지만 주위의 엄마들도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을 경험했으며 특히나 우리 지역의 열악한 의료 현실을 적나라하게 반영해주는 말로 인식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인구의 수도권 집중화로 지역인구는 계속 줄고, 인구가 감소하니 환자가 줄며, 환자 수가 적으니 의사는 떠나고 병원은 문을 닫으며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전남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 노인, 장애인 등 의료 수요가 많은 인구 비율이 전국 최고 수준인 데 반해, 의사 수는 인구 1천명 당 1.74명으로 전국 평균 2.18명에 비해 현저히 적다. 또 전남엔 상급종합병원이 없어 매년 70만명이 대도시로 원정 진료를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연구에 따르면 의료비로 유출되는 돈만 해도 1조5천억원이 넘는다고 하니 정말 답답할 노릇이다.

이런 열악한 의료 환경을 개선하고자 전남도는 지난 30년 동안 지역사회, 대학, 사회단체 등 각계 각층의 힘을 모아 정부와 국회에 의대 설립을 요구해 왔다. 이런 간절함에 하늘도 탄복했을까? 지난 3월 전남도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국립의대 문제는 전남도에서 결정하고, 정부에 의견을 주면 추진하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뿐이었다. 정부에 요청할 신설 의과대학 추천을 앞둔 상황에서 공모를 두고 갑작스런 갈등이 발생한 것이다. 필자를 포함한 우리 전남도민은 이 순간을 30년 동안이나 애타게 기다려왔지만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에 현 상황은 눈앞이 어둡고 캄캄하기만 하다. 도민의 한 사람으로, 3명의 아이를 둔 엄마로서 부탁드린다. 동서로 갈린 소모적인 논쟁은 그만두자. 지난 십수년동안 의과대학과 부속병원이 없어 응급실 앞에서 아이를 업고 발만 동동거리고 있던 아픔을 기억하자. 정부가 전남에 심어준 국립의대 신설이라는 작은 희망의 불씨를 꺼트려선 안된다. 어떻게든 살려 전 도민에게 따뜻한 온기를 나눠줄 수 있도록 서로 합심해야 한다.

200만 도민의 숙원인 국립의대 설립의 골든타임이 째깍째깍 속절없이 흐르고 있다. 제발 동서를 구분짓지 말자. 30년 도민의 숙원을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보고 해결책을 찾아보자. 지금이 의대 설립을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 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