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떤 생의 날씨와
마주했나요?”

시인·소설가·문화비평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천세진 작가의 첫 산문집 ‘작은 날씨들의 기억’(백조출판사刊)이 출간됐다. 시집 ‘순간의 젤리’, ‘풍경도둑’, 문화비평서 ‘어제를 표절했다’, 장편소설 ‘이야기꾼 미로’에 이은 다섯 번째 책이다.

산문집 ‘작은 날씨들의 기억’에 등장하는 날씨는 물리적 세계의 날씨가 아니라 삶의 세계의 날씨를 의미한다. 물리 세계의 날씨를 ‘대기후’와 ‘미기후’로 나누는 것처럼, 인간 삶에도 넓은 영역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큰 날씨와 작은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작은 날씨가 있다.

저자는 개인의 삶에 영향을 가장 크게 미치는 것은 거대 서사나 역사적이고 스펙터클한 사건들로 구성되는 ‘큰 날씨’가 아니라 생명을 지속하게 만들지만 정작 주목받지 못하는 소소한 일상으로 이뤄진 ‘작은 날씨’라 이야기한다.

일상적으로 찾아드는 작은 일들에 대한 미시적이고 미학적인 해석이야말로 생을 진정 풍부하게 만든다고 설명하고 있다.

책은 크게 ‘풍경 이야기’, ‘아카이브 이야기’, ‘시간 이야기’, ‘거울 이야기’ 총 4부로 구성됐다.

그는 인간 삶을 구성하는 공간, 시간, 자신의 공간을 채우는 애착하는 사물, 자아를 드러내는 다양한 유무형 사물들과 내밀한 대화를 나눈다.

책은 일상을 담으면서도 인문학에서 멀어지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삶에 적용해야 할 거창한 이론을 주장하거나 자기계발서들이 주문하는 상식적인 팁을 나열하지도 않는다. 맑게 증류한 생각만을 담아내고 있다.

저자는 책 곳곳에서 이 세계가 너무 큰 것에 집착하고 그 결과로 만들어진 큰 슬픔들에 사로잡혀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한다.

천세진 작가

큰 것이 화려해 보일지는 모르지만, 작은 슬픔과 다른 작은 것들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사회가 진정 평화로운 사회라고 주장한다.

우리 생을 구성하는 작은 사건·사물·풍경·인연들이 가진 따뜻하고 내밀한 의미들을 배치해 ‘생의 정원’과 ‘생의 도서관’을 어떻게 꾸밀 것인지 웅숭 깊게 이야기한다.

또 그는 이름을 부르는 일에도 주목한다. 저자는 “모두가 유명한 이름이 되고 거대 서사에 등장하는 이름이 되려고 하지만, 건강하지 않다”며 “거대서사가 만들어낸 이름이 아니라 스스로 지은 이름을 불러줘야 한다”고 언급한다.

저자 천세진은 “파란만장은 치유의 대상이지, 삶을 채워주는 것이 아니다. 삶은 주목받지 못하는 일상이 채워주고 치유해준다”며 “세상에 알맞은 사랑은 일상성으로서 빛나는 사랑이라고 믿는다”고 밝히고 있다./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