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지명한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가 1995년 자신의 석사논문에서 12·12 군사반란을 ‘거사’로, 5·18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로 규정했다고 한다. 헌정질서 파괴와 무고한 시민 학살자 전두환을 ‘국가의 안정을 내세운 결정을 과감성 있게 발휘하고’, ‘리더십이 출중한 인물’인 것처럼 호도했다. 광주시와 5·18단체가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정부와 여당은 국민의힘 도태우 공천 파동과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낙마를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잘못된 역사 인식을 가진 인사를 낙점했다. 5·18기념재단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 또한 5·18을 왜곡·폄훼하는 SNS 글에 동의, 극우적 인식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실망스럽다. 더 이상 공직사회에 무모한 논쟁은 없어야 한다.

국세청장은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과 함께 4대 권력 기관장으로 분류되며,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도덕성, 역량 등을 검증할 청문회를 앞두고 강 후보자는 “국세청의 역할과 국세행정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깊이 고민하면서 성실히 준비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대로면 통과하기 쉽지 않다. 정치권에서 과거 연말정산에서 인적공제를 중복으로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조사·기획·세정 분야 보직을 거친 정통 세무 관료라는 강 후보는 무거운 책임감을 언급했다. 대통령실은 “세제 정책 전반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탁월한 소통 역량을 토대로 국세청 주요 과업을 내실 있게 추진해 나갈 적임자”라고 밝혔다. 그런데 공직자라면 능력보다 기본 자질에서 오점이 없어야 한다. 특히 역사 문제에서 편향된 사고를 가져선 곤란하다. 과거의 숱한 사례가 이를 반증한다.

대통령실의 후보 검증에 오류가 있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반헌법적 군사 쿠데타를 미화하고, 시민들의 민주화운동을 짓밟았다. 후보들 스스로도 용퇴를 고려해야 한다. 정치권에서 5·18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개헌 논의가 추진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즉시 실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부적격 후보자의 지명은 철회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