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2급 이사관까지. 38년 10개월 동안 몸담았던 공직에서 내려와 그간의 삶의 궤적을 훑어본 차영규의 자전적 수필집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지식과감성#刊)이 출간됐다.

이 책은 공무원 출신인 저자가 신장을 이식받아 제2의 인생을 살면서 느낀 행복의 가치와 희열, 잊지 못할 삶의 편린들, 그리고 마음을 비운 뒤 얻은 성찰의 소회를 담담하게 풀어가는 자전 수필이다. 정년퇴직 후 4년 동안 단톡방을 통해 친지나 지인들에게 올린 글을 모아 놓은 책이기도 하다.

그는 문학을 전공하지도, 평소에 글을 써보지도 않은 평범한 사람이다. 단지 공무원 병(病)에 걸린 한 명의 성실한 가장이자 유전적 질병으로 삶을 송두리째 포기할 상황 속 아내의 헌신과 내조에 힘입어 지금의 성공을 일궈낸 ‘불굴의 사나이’일 뿐이다.

저자는 49세 나이에 아내의 신장을 이식받아 제2의 삶을 살게 된다. 20여 년의 투병 생활 끝에 삶의 끈을 놓을 수밖에 없었던 그가 직장과 사회에서의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인생역전의 신화를 쓰기까지의 여정을 259편 수필로 엮어냈다.

책은 ▲철이 드니 보이는 행복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총 3부로 구성됐다.

정년퇴직 후 찾아온 마음의 여유 덕분에 지인들과의 대화가 다양해졌음을 느낀 저자는 지난 4년 간 서로의 안녕을 묻고,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주고받는 대화 속 배려와 사랑을 전달하는 단문의 글을 써 올리며 이번 수필집 발간을 결심하게 됐다.

저자는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고마운 직업, 공무원으로서의 지난 삶과 그간의 치열했던 날들을 담아냈다”며 “형식도 굴레도 벗어난 글을 쓰지만 내 삶이 오롯이 담긴 글을 형상화함으로써 나를 아는 지인들과 내 가족들, 후손들이 기억해주길 바랄 뿐이다”고 밝혔다.

이어 “이 수필집이 보는 이들에게 세상을 관조하는 자세와 더불어 동반자적 역할까지도 충실히 수행하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저자 차영규는 1977년 2월 전남 광산군 송정읍에서 토목기원보(9급)를 시작으로 2014년 광주시 교통건설국장을 역임했으며 같은 해 홍조근정훈장을 수상했다. 2015년 12월 말 광주 북구 부구청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명예퇴직했다./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