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오후 늦게 필자를 찾아온 중년 신사의 얼굴을 보니 이마와 코까지는 굉장히 크고 환하며 관성적으로도 좋았다. 다만 코 밑에 즉 입부터 턱 일대의 하관이 깎아지르는 절벽처럼 살이 없고 날카롭게 보였다. 타고난 천기(天氣)를 보니 자식 덕과 아랫사람 덕을 상징하는 관성(官星)과 식상성(食傷星)이 드러나지 않았고, 인생 전체의 큰 대운(大運)도 초년에 끝나버렸다.

“초년에 굉장히 부유하셨겠어요?”라는 필자의 물음에 그 남성은 “그렇지요, 그 옛날 시절에 우리 집은 자가용은 물론 전용기사가 있을 정도였으니까요”라면서 지난 과거를 회상할 때는 잠시 미소를 보였지만, 현실의 고민을 털어놓을 때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후, 제가 군대를 갔다 오니 저희 아버님이 갑자기 풍(風)으로 쓰러지셨어요. 어린 나이에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았는데 그 많던 재산을 10년 만에 다 없앴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너무 힘든 세월을 보내고 있네요”라고 덧붙였다.

그의 운(運)의 흐름을 보고는 앞으로의 운이 좋지 않아서 더 이상 해줄 말이 없었다.

“저는 왜 자식 복도 없는지 모릅니다. 자식 셋이 있는데 아직 한 놈도 자리를 못 잡고 있다”고 토로한 후 “타고난 사주와 관상대로 운명을 살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사람은 초년 운보다는 중년, 말년에 들어오는 것이 좋다. 물론 초년, 중년, 말년의 운이 다 좋다면 바랄 것이 없겠지만 인생은 자연의 모습과 같다.

명리학(命理學)에 있어서 초년, 중년, 말년의 운세는 원인과 결과를 나타내는 하나의 과정이다. 초년에 어떻게 씨앗을 뿌리고 중년에 줄기를 자라게 해서 말년에 그 열매를 보는 것은 자연의 모든 생멸(生滅)의 흐름과 같이한다. 그래서 사주학(四柱學)에서도 년주(年主)를 초년, 월주(月主)를 청년, 일주(日主)를 중년, 시주(時主)를 말년으로 보며 관상에서는 눈썹 윗부분의 관자놀이와 이마부위를 초년으로 보고 코를 중심으로 한 광대뼈와 귀부분을 중년으로 보고 입술과 턱 부분을 말년으로 본다. 체상(體相)으로는 얼굴을 초년으로 보고 가슴과 배부분을 중년으로 보고 다리 부분을 말년으로 본다.

모든 것이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그 끝은 다시 시작으로 나아간다. 어느 것 하나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없고 처음과 중간, 그리고 마지막은 서로 연결되는 사계절처럼 순환과정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전체적인 근묘화실(根苗花實)의 자연 원리로 명리학(命理學)이나 풍수학(風水學) 등의 동양철학이 만들어졌다. 운세라는 흐름도 이러한 자연의 순환 원리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동양철학을 자연철학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