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괘 초육의 효사는 ‘진퇴, 이무인지정’(進退 利武人之貞)이다. 즉, ‘나아가고 물러난다. 무인의 올곧은 마음이 이롭다’는 뜻이다.

초효는 양위에 음효로 음유부정하고 최하위에 있어 미천하며 주체적으로 결단하는 자세가 결여돼 있다. 이러한 초육의 상태를 ‘진퇴’(進退)라 했고 아무런 결단을 못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한 처방 해결의 방법으로 무인다운 기질로 나아가면 이롭다고 해 ‘이무인지정’(利武人之貞)이라고 말했다.

상전에서는 ‘나아가고 물러남은 생각이 혼란스럽고 의심하기 때문이다. 무인의 올곧은 마음이 이롭다는 것은 무인의 용맹함으로 그 혼란스러운 생각을 다스리기 때문’이라고 해 ‘진퇴 지의야 이무인지정 지치야’(進退 志疑也 利武人之貞 志治也)라고 말한다.

이때는 항상 나아가려고만 해서 이것할까 저것할까 망설이다가 물러나니 순탄치 못하다. 결단을 못하고 마음이 흔들리니 어떤 일이든지 해결하기 어렵다. 한번 하기로 한 일을 끝까지 해내려고 하는 강인한 용기와 인내가 필요하다.

초육은 손(巽)의 주효임에도 육사처럼 정위(正位)에 있지 않고 손의 아래에 있는 손으로 너무 지나치게 낮아서 오히려 심중(心中)에 외롭고 의심하는 것들이 생겨 바람이 왔다 갔다하는 것처럼 편안하게 멈춰 있지 못하니 이를 ‘진퇴야’(進退也)라고 말한 것이다.

그러나 초육이 변하면 내괘는 건(乾)의 무인(武人)의 절개를 가지고 흔들리지 않고 올바를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변소축(變小畜)하여 내괘가 무인(武人)의 건(乾)이 되면 풍천소축이 되고 소축은 멈춰서 그 뜻을 기를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점사에서 서죽을 들어 초육을 얻으면, 의심과 비겁함이 지나쳐서 결단을 잃고 언제까지나 꾸물거려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앞날의 전망도 명확하지 않고 늦장을 부리다가 호기(好機)를 놓치기 때문에 큰 각오와 결심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독단전행(獨斷專行)으로 밀고 나가면 더욱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므로 뛰어난 식견을 가진 사람(達識者)의 고견을 찾아 써야 한다.

‘이무인지정’(利武人之貞)이라는 효사는 무인처럼 용단을 내려 돌진해 나아가라는 의미가 아니고 오히려 무인의 올곧은 마음으로 초조를 억누르고 본심으로 되돌아가 멈추어야 한다는 선처법(善處法)을 가르쳐 주고 있다.

운기, 운세는 아무런 쓸모없는 의혹이나 초조함으로 스스로 불안해하지 말고 마음을 크게 먹고 자신의 분수에 멈추는 것이 중요하다. 바라는 바 등은 급공(急功)하려 해 통달되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는 어렵지만 침착하고 끈기있게 노력해야 한다. 시험은 어렵고 이성운 역시 좋지 못하다.

사업, 상거래 등은 이것저것 손대지 말고 작은 이익을 모아 크게 쌓는다는 생각이 특히 중요하다. 담판, 교섭 등은 상대방도 머뭇거리고 있어 성사되지 않는다. 장소의 이전(移轉)은 심기일전(心機一轉)을 위해 주저하지 않고 망설임 없이 옮기는 것이 좋으나 금방은 적당한 장소를 찾기 어렵다.

혼인은 상대가 바라고 있는데 이쪽이 망설이고 있어 이루어지기 어렵다. 잉태는 처음에는 잘 되지 않고 임산의 경우에는 늦어져 어려움이 있다.

병은 부스럼, 편도선 등으로 수술을 망설여서 악화시킬 우려가 있으니 단연한 치료를 강구해 오래 끌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기다리는 것은 적극적이지 않아 상대가 움직이지 않고 가출인은 한 곳에 멈추지 않고 계속 이동하고 있으며 방임하면 좋지 않는 일이 생기니 속히 조치하여야 한다. 분실물은 두 가지 이상의 물건이 겹쳐 있는 곳 밑에 숨겨져 분해되어 있거나, 타인의 손을 거쳐 옮겨가고 있어 늦으면 찾기 힘들다. 날씨는 바람이 심하고 흐리다.

‘모인의 운기 여하’를 입서해 초효를 얻은 ‘실점예’에서 ‘중손풍은 바람이 크게 불어 변화가 심하고 정해진 바가 없다는 것이고, 특히 초효를 얻었으니 마음을 정하지 못해 이럴까 저럴까 갈피를 못잡고 있는 진퇴의 상황이다. 식견이 높은 사람의 고견을 들어 자주적인 계획을 세우고 다른 것에는 일체 마음을 두지 말 것이다. 이를 무인(武人)의 올곧은 마음처럼 결정한 한 가지 일을 적극 추진해 나가라고 했다. 이를 효사에 진퇴 이무인지정(進退 利武人之貞)이라 한다’고 충고했다. 하락이수에서는 ‘스스로 낮은 곳으로 들어간다. 진퇴를 정할 수 없다. 소소한 작은 일은 가능하나 큰 일은 재앙을 초래한다’(自處卑下 進退無定 小小營謨則可 大謀則招災害)고 말하고 있다.

손괘 구이의 효사는 ‘손재상하, 용사무분약 길무구’(巽在牀下, 用史巫紛若 吉无咎)라 했다, 즉 ‘공손함이 상 아래에 있다. 사관과 무당을 써서 신께 고하고 신의 의지를 받들어 행하면 길을 얻어 허물이 없다’는 뜻이다.

이효는 음위에 양효로서 강건(剛健)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음위에 있고 하괘의 중을 얻어 중용의 덕을 갖춘 자로서 손순(巽順)의 도(道)를 행할 줄 안다. 구이는 겸손하게 침상 아래에 엎드려 있으니(巽在狀下) 지극히 겸손의 자세를 갖춘 사람으로 매사를 결정함에 있어 사무(史巫)를 통해 신의 뜻을 물어 신중히 결정한다.

상전에서는 ‘사(史)와 무(巫)를 써야 길하고 허물이 없다는 것은 중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해 ‘용사무분약지길 득중야’(用史巫紛若之吉 得中也)라고 말한다.

이를 효사에 ‘용사무분약’이라 했는데, ‘사무는 신의 뜻을 사람에게 전하고 사람의 뜻을 신에게 전하는 자이다. 그 중 ‘사’(史)는 제사에서 언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축문, 제문을 통해 사람의 의지를 신에게 전한다. ‘무’(巫)는 춤을 담당하는 사람으로 제사지낼 때 가무를 연주하면서 신을 즐겁게 하고, 신탁을 사람에게 고하는 일, 즉 신의 의지를 사람에게 전하는 역할을 한다.

괘상에서 사는 구삼을 가르키고, 무는 육사를 말한다. 구삼의 사는 구이의 뜻을 구오에게 전달하고, 육사의 무는 구오의 의지를 구이에게 전달한다. 그러니까 구오는 신성(神聖)의 상징이고 구이는 인성(人性)의 상징으로 이 양자를 소통시키는 것이 사무(九三, 六四)이고, 소통하는 모습을 분약(紛若)이라 표현했다. 이렇듯 사람의 마음이 신께 전달되고 신의 뜻이 사람에게 전달되니(用史巫紛若), 길하여 허물이 없다(吉无咎). 여기서 약(若)은 어조사로 의미가 없다.

구이의 때는 새로운 바람이 불어 고민하고 결정할 일이 많은 시기이다. 근심 걱정이 많고 중요 사안을 고민하게 돼 신(神)을 찾는 때로 사(史)와 무(巫)를 찾아 뜻을 물어 신중하게 추진하면 그 결과는 좋다는 것이다.

초육은 위치가 올바르지 않아 따르는 데 의심이 있었지만, 구이는 양(陽)의 강한 몸을 가지고 따르고 순종하고 있는 것은 마치 책상 밑에서 겸손 겸허하게 기다리는 것 같다. 그러나, 구이 또한 음위에 양효가 있어 위치가 올바르지 않아 그 태도가 의심스럽지만 중(中)을 얻었다.

손(巽)은 노끈이라 해 그 줄이 어지럽게 들어가 엉켜 뭉쳐 섞여 있는 것을 ‘분’(紛)이라 표현했다.

구이가 진실로 손순(巽順)하여 길(吉)을 얻고 무구(无咎)하기 위해서는 사무(史巫)를 활용해 신명(神明)의 뜻과 가르침을 구하는 것과 같이, 신중하게 정성을 다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 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점사에서 서죽을 들어 구이를 얻으면, 마(麻)가 얽혀진 것처럼 어느 것을 선택 할 지를 몰라 망설이고 곤혹스러운 때로서, 매사에 해결을 서두르지 말고 신중히 천천히 처리해야 한다.

운기, 운세에서 신변상에 어지러움이 있으나 이를 해결할 수단 방법이 틀려 후회하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에 나아가기 보다는 지키는 것이 좋고, 또 침상이나 마루 밑에 숨어 있는 자가 틈을 엿보고 있으니 이를 경계해야 한다.

바라는 바 등은 오랫동안 끊임없이 노력하면 점차 유망해지지만, 그 전에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일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 사업, 상거래, 교섭, 담판 등은 상대에 대한 것 보다는 본인의 방침을 먼저 확정하는 것이 선결문제이고, 내부에 배신자나 상대방의 염탐꾼이 들어와 있어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주소, 거소에는 분란과 갈등이 있고 이전은 차질이 없다. 혼인은 성사될 듯하나 어렵고 성사된다고 해도 그렇게 행복하지는 않다. 잉태는 초기에는 임신 유무가 확실치 않아 다른 병으로 착오가 있으나 평안한다. 병은 원인 불명확하여 적절한 치료를 못받아 중증(重症)이 되어 위험하다.

기다리는 일은 좀처럼 이뤄지기 어려우나 포기할 무렵에 이뤄진다. 가출인은 행적이 묘연하고 어딘가에 잠복해 있다. 분실물은 도난의 의혹이 있으나 집안에서 발견될 수 있다. 날씨는 구름이 낮게 깔린 흐린 하늘이다.

모인이 ‘처남의 장래 여하’를 문점해 ‘손지점(巽之漸) 구이동’을 얻었다. 점고하기를, ‘이동성이 많은 손위풍을 얻었으니 먼 곳에 가서 공부하겠고 장성하면 오랜 기간 동안 객지생활을 하며, 직업은 상행하효(上行下效)의 상이니 명령계통의 관공직에서 종사한다. 풍생목(風生木)이니 아내는 목(木)이 있는 성씨를 가진 사람을 만나 들어와서 손풍은 이양일음(二陽一陰)의 괘이므로 아들 둘, 딸 하나를 둘 것이다’고 점단했다. 결과는 점단한 바와 같이, 박(朴)씨 성을 가진 아내를 만나 아들 둘, 딸 하나를 두었고, 30여년 동안 울릉도 등 객지에서 경찰로 봉직했다. ‘홍몽선(洪夢鮮) 점예’

손괘 구삼의 효사는 ‘빈손 린’(頻巽 吝)이다. 즉, ‘자주 변하니 인색하다’는 뜻이다.

삼효는 하괘의 극에 있어 위태 불안한 자리로 양위에 양효가 있어 지나치게 강강(剛强)해 중용의 덕을 상실했다. 본질적으로 사람이 오만불손하고 겸손유순 한 척 하지만 순간순간 오만한 본성을 노출시키면서 변화가 심하다. 이를 빈손(頻巽)이라 표현했고 겸허 공손하게 손(巽)의 도를 지키는 것이 불가능하니 부끄러울(吝) 따름이다.

상전에서는 ‘자주 변해 인색하다는 것은 뜻이 궁하기 때문’이라고 해 ‘빈손지린 지궁야’(頻巽之吝 志窮也)라 말한다.

이때는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여 어떤 일을 하려다 못한다. 마음이 왔다 갔다 자주 변하지만 바람을 타면 좋게 흐르니 상황을 잘 살펴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삼은 내괘의 극(極)한 데에 있고 바람의 나쁜 면을 나타내고 있을 때이다. 손(巽)은 순종(順從)을 숭상하는데 양위에 양효가 있어 손순(巽順)을 하는 것에 전념할 수 없다. 즉, 내괘의 손이 끝나는데 외괘가 다시 손을 보고 있어 ‘빈손효상’(頻巽爻象)을 만들고 있다. ‘빈손’(頻巽)은 자주 변해 하나를 지켜서 따를 수 없고 이리 갔다 저리가고, 왔다 갔다해 손의 도(道)에 맞지 않아 인색한 것(吝)은 당연한 것이다. 이를 상전에서는 궁(窮)하다고 한 것이다. 이때는 일반적으로 어떤 일을 하려다 못한다. 마음이 왔다 갔다 하지만 바람을 타면 좋게 흐르는 상황이니 잘 살펴서 행동하면 좋은 시기이나 여의(如意)치 않다.

점사에서 서죽을 들어 구삼을 얻으면,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思慮方針)이 불안정하고 때에 따라 변하고 모양이 바뀌어서 더욱 불리해 지며 결국에는 궁박한 흉조를 불러온다. 그래서 섣불리 일을 일으키거나 남을 따라가면 실패할 뿐 아니라 신용도 잃어버리므로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내심은 성의가 없고 표면만 온화하게 꾸미는 일이 적지 않아 겉으로는 남에게는 충실하게 보일 뿐, 자신의 본심에도 불충실한 일이 많다.

운기 운세도 의지가 박약하여 어려움을 스스로 부르고 남에게도 따돌림 당하며 곤궁한 나머지 비굴해져서 남으로부터 혐오를 받는 때이다. 바라는 바, 사업, 상거래, 교섭, 담판 등 방침이 자주 바뀌고 성의가 없어 통달이 어렵다.

물가는 내렸다 올랐다를 반복해 투기에 손대면 큰 손해가 있다. 손은 상리(商利)에 밝고 길하나 구삼의 때에는 변화가 심해 매매, 상거래 등은 이득이 없다.

혼인은 이뤄질 듯 하면서 성사되지 않는다. 잉태는 멀리 여행하거나 격무에 시달리거나 정욕의 절제를 하지 못해 유산하기 쉽다. 변환(變渙)으로 조산, 유산을 주의해야 하고 산기(産氣)가 있을 때부터 출산까지 고생한다. 병은 과로, 정력손상 등으로 점점 악화하여 위험하다. 기다리는 것은 이쪽의 태도가 애매하여 신용이 없으니 오지 않으나 돌연히 찾아올 수 있으며, 가출인은 입출(入出)이 빈번하다. 분실물은 찾기 어렵다. 날씨는 비가 올 듯 바람이 세게 불고 구름이 걷힌다.

‘모인의 운세 여하’의 ‘실점예’에서 “손은 풍으로 두 개의 바람이 불어 강력한 변화가 일어나고 변화가 그치지 않는다. 이를 사람에 비유하면 정해진 의견이 없이 동요되는 성질인 것은 부중(不中)의 효이기 때문이다. 특히 구삼은 ‘빈손’(頻巽)이라 해 마음의 갈피를 잡을 수 없고, 초효의 ‘진퇴’의 시기처럼 어떤 일을 하려다 못하고 반복만 하고 만다. 기분이 좋은 때는 흥분하여 잘난 척하고 남을 멸시하며, 좋지 않은 때에는 의기소침하고 낙담하는 등, 희비(喜悲)가 양극단으로 치달아 중간 중용이 없다. 결국 스스로의 자립능력이 없어 남에게 의탁 복종하고 비굴 아첨하게 돼 남에게 미움만 사고 만다. 무엇보다도 이때는 자립의 의지를 굳히는 것이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동인·도시계획학박사〉